증권사들이 올해 상반기 예상외로 준수한 성적표를 내놨다. 무더기 하한가 사태 여파로 차액결제거래(CFD) 미수금 부담은 커졌지만 테마주 투자 열풍 덕에 거래 수수료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CFD 사태 중심에 서 있는 키움증권은 가장 높은 순이익 증가율과 최고 수준의 최고경영자(CEO) 지급 보수를 기록했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10대 증권사 가운데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키움증권이었다. 키움증권은 상반기 매출 5조2985억원, 영업이익 5697억원으로 10.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그 뒤는 NH투자증권(8.0%), 대신증권(7.9%), 삼성증권(7.6%) 등의 순이었다. 반면 메리츠증권(1.8%), 하나증권(0.9%)은 저조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10곳 중 6곳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개선된 순이익을 내놨다. 한국투자증권이 4311억원으로 가장 많이 벌었고, 키움증권·삼성증권·NH투자증권은 순이익이 1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가장 높은 순이익 상승률을 기록한 키움증권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5% 높은 4259억원을 남겼다.
국내 위탁매매 점유율 1위인 키움증권은 올 상반기 테마주 열풍 덕을 톡톡히 봤다. 이차전지와 인공지능(AI), 로봇 등에 대한 투자 열기에 거래대금이 늘자 수탁 수수료로만 3382억원을 벌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CFD 미수금 관련 대손충당금으로 914억원을 쌓았지만 시장의 우려만큼 실적 타격이 크지는 않았다.
가장 부진한 성적을 보인 곳은 하나증권이다. 순이익이 345억원에 그치며 지난해 상반기보다 75.1% 떨어졌다. CFD와 펀드 보상 관련 충당금을 1000억원 이상 적립한 데다 PF 등에서 430억원의 평가손실을 냈다. 메리츠증권의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 PF 호황이라는 기저효과 탓에 18.0% 빠졌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신증권은 CFD 충당금과는 별개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9.7%, 26.7% 빠진 순이익을 발표했다.
10대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올해 상반기 연봉킹은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차지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4월 무더기 하한가 사태 발생 직전 다우데이타 지분을 대거 팔아 논란이 되자 회장직을 사퇴했다. 이에 22억6483만원 상당의 퇴직금과 함께 총 28억9796만원을 수령했다. 이어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28억5902만원),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28억5700만원),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17억5478만원) 순이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