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모건스탠리 말대로… ‘포스코홀딩스 개미’ 울고 기관 웃고

입력 2023-08-16 04:05
국민일보DB

포스코홀딩스 주가가 15일 안에 하락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외국계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개미’를 눌렀다. 비슷한 시기 줄줄이 목표가를 올리는 매수 리포트를 낸 국내 증권사들은 뒤로는 모건스탠리에 동조해 주식을 내다 팔았다. 외국인·기관과 달리 꿋꿋이 포스코홀딩스를 매수했던 개미들만 10%넘는 손실을 떠안았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모건스탠리의 투자의견 하향 보고서 이후 15일 동안 10.12% 하락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31일 포스코홀딩스 매도 보고서를 내며 “15일 안에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포스코홀딩스 투자의견을 ‘비중유지(Equal-weight)’에서 ‘비중축소(Underweight)’로 하향하면서 목표가 44만원을 제시했다. 보고서 발간 당시 포스코홀딩스 종가(64만2000원)보다 31.1%나 낮은 수준이었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장기적으로 포스코가 철강기업에서 이차전지 소재 기업으로 변화하는 흐름을 믿지만, 과도한 낙관론이 기업의 현재 본연의 가치를 넘어섰다”며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리튬 주식”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목표가를 한 번에 80% 이상 올리는 등 호평 일색인 국내 증권사와는 상반된 전망이었다.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높은 목표가를 제시한 곳은 한국투자증권이다. 모건스탠리보다 6일 앞서 발간된 한투 보고서는 포스코홀딩스 목표가를 50만원에서 90만원으로 80%나 상향했다. NH투자증권(48만원→75만원)과 메리츠증권(48만원→75만원) 하나증권(52만원→74만원) 등도 일제히 목표가를 70만원대로 높여 잡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향후 15일 이내에 포스코홀딩스 주가가 하락할 것”이란 단정적인 표현을 쓴 모건스탠리의 전망이 적중했다.

연초 27만2000원이던 포스코홀딩스는 모건스탠리 보고서 이전까지 136% 수직상승 곡선을 탔다. 이차전지 관련주로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개미들은 올들어 약 9조8327억원규모로 순매수했다. 순매수 기준으로는 코스닥 대장주 에코프로비엠(1099억원)이나 에코프로(9086억원)를 훌쩍 넘어선다.

반면 외국인은 단일 종목 기준 가장 많이 판 주식이다. 외국인은 이날 현재 8조8197억원어치를 순매도해 연초 51.32%였던 외국인 보유 비중은 29.44%로 쪼그라들었다.

모던스탠리 보고서 발간 이후 포스코홀딩스 주가를 끌어 내린 것은 외국인이 아니라 국내 기관이었다. 기관은 모건스탠리 매도 보고서 이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포스코홀딩스 주식을 내다 팔아 총 3830억원 순매도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 역시 2294억원 순매도했다. 증권사 등 금융투자기관도 639억원 순매도하며 국내 증권사 보고서가 동종 업계에서도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개인은 ‘나홀로’ 5494억원 순매수했지만 주가 하락을 막는 데 역부족이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장밋빛 전망을 하면서 뒤로는 주식을 던지는 국내 증권사의 민낯이 드러난 셈”이라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