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빠진 중국이 단기 정책금리를 전격 인하하며 돈 풀기에 나섰다. 소비, 투자, 수출 등 주요 경제지표 둔화가 지속되자 111조원대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중국은 또 사상 최악으로 평가받는 청년실업률 발표를 돌연 중단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5일 단기 정책금리인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를 1.8%로 0.1% 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또 1년 만기 중기 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금리를 2.5%로 0.15% 포인트 낮췄다. 이를 통해 시장에 풀리는 유동성 규모는 6050억 위안(약 111조원)으로 추산된다. 인민은행은 지난 6월 MLF 금리를 2.75%에서 2.65%로 인하한 데 이어 두 달 만에 또다시 하향 조정했다.
MLF는 인민은행이 시중은행에 자금을 빌려줄 때 적용되는 금리로 기준금리의 가늠자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 발표되는 대출우대금리(LPR)도 내려갈 가능성이 커졌다.
깜짝 금리 인하는 소비·생산 둔화가 뚜렷해진 데 따른 긴급 대응으로 보인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7월 소매판매가 지난해 동기 대비 2.5%, 산업생산은 3.7% 증가했다고 밝혔다. 내수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소매판매 증가폭은 시장 전망치인 4.5%를 밑돌았고 지난 4월(18.4%)과 6월(3.1%)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졌다. 제조업 경기 동향을 반영하는 산업생산 증가폭 역시 4월(5.6%), 6월(4.4%)보다 낮아졌다.
특히 부동산 경기는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촉발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다른 부동산 업체와 금융권으로 확산해 대형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도 커진다.
중국은 이날 실업률을 발표하면서 16~24세 청년실업률은 공개하지 않았다. 푸링후이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8월부터 청년 및 기타 연령대 실업률 발표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졸업 전 일자리를 찾는 학생을 통계에 포함해야 하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지만 더 악화한 청년실업률을 감추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8년 10.1%였던 청년실업률은 지난 4월 처음 20%를 넘은 뒤 5월 20.8%, 6월 21.3%로 매달 최고치를 찍었다. 올여름 대학을 졸업한 1158만명이 취업전선에 뛰어들면 7월 실업률은 더 치솟을 것으로 예상됐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중국 경제의 불안이 미국 경제에 리스크(위험 요인)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14일(현지시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의 둔화는 아시아 국가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미국에도 어느 정도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중국 경제를 ‘시한폭탄’이라고 표현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