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지하 고문실. 장도영(11)군은 5분이 넘도록 한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그만 가자”는 할머니 말에도 요지부동이었다. 장군은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돼 고문을 당한 이병희 지사와 이규창 지사, 함귀래 지사의 동생 함흥래씨가 증언하는 영상을 지켜봤다.
장군의 가족은 서대문형무소를 방문하기 위해 아침 일찍 충남 서산에서 출발했다. 아버지 장재춘(53)씨는 “아이가 예전부터 이곳에 오고 싶어 해 회사에 연차를 냈다. 역사에 관심을 갖는 게 고마울 따름”이라며 “우리나라 역사를 잘 배웠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제78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이날 서대문형무소는 태극기를 손에 든 아이들로 북적였다. 징검다리 연휴를 맞아 많은 부모가 아이들 손을 잡고 아픈 역사의 현장을 찾았다.
역사관 2층에서는 이서영(13)양이 남동생과 함께 전시 설명을 메모했다. 이양은 “독립운동가들에게 열심히 우리나라를 지켜주셔서 감사하다고 편지를 썼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관을 나서며 “내일 꼭 태극기를 걸어야 한다”고 아빠에게 당부했다.
두 아들을 데리고 온 김세창(44)씨는 “3·1절과 광복절에 항상 역사 현장을 방문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이들이 일제강점기가 있었고 독립운동가 덕분에 광복했다는 걸 조금씩 이해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알려주기도 전에 먼저 찾아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백범 김구 선생처럼 차려입은 두 아들은 격벽장에 붙어있는 대형 태극기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여옥사 앞 잔디 광장에서는 물에 흠뻑 젖은 아이들이 독립군 전투 체험을 했다. 아이들은 일본군 복장을 한 남성을 향해 물총을 쏘고, 태극기를 빼앗았다. 관람을 끝내고 나온 한 아이는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뛰어가기도 했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는 지난 12~13일 이틀 동안에만 2만여명이 방문했다. 잼버리 대회 폐영 뒤 잔류한 네덜란드 대원 50여명도 이곳을 찾았다.
다만 젊은 층에서 광복절에 대한 인식이 점차 옅어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이날 나왔다. 여론조사 업체 피앰아이가 최근 전국 만 20~6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세대별 광복 인식 설문조사를 한 결과 Z세대(1995~2009년 출생) 10명 중 3명은 광복절의 의미를 모른다고 답했다. ‘매우 잘 알고 있다’는 비율도 베이비붐 이전 세대(1964년 이전 출생)에서는 절반 이상(51.45%)이었지만 밀레니얼세대(26.4%)와 Z세대(21.9%)는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