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전북도 ‘불통’ 잼버리 파행 키웠다

입력 2023-08-15 04:10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막일인 지난 1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행사장 일부가 물에 잠겨 있는 모습. 연합뉴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과 관련해 전북도와 정부 간의 ‘불통’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정부는 잼버리 대회를 준비하면서 2021년 11월 ‘K팝 콘서트’를 계획했지만, 전북도는 뒤늦게 ‘K팝 콘서트’ 준비 계획을 파악했던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잼버리 대회 예산 증액 문제와 관련해 전북도와 정부 간의 소통 부재가 있었던 정황도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국민일보가 지난해 7월 1일 임기가 시작된 ‘전북도 제12대 의회’ 회의록을 전수 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특히 강태창 전북도의원은 지난해 11월 11일 행정자치위원회 행정사무 감사에서 “(한덕수) 총리가 새만금에 대해 한마디를 했나. 잼버리에 대해 ‘잼’자를 한번 꺼낸 적 있나”라고 말하며 중앙정부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전북도와 정부 간 불통의 대표적 사례는 K팝 콘서트다. 앞서 정부는 2021년 11월 23일 제1차 세계잼버리 정부지원위원회 회의를 통해 K팝 콘서트 개최를 중점지원 협력과제로 발표했다. 그러나 전북도 관계자는 K팝 콘서트가 열린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다고 시인했다.

송승용 전북도의원은 지난해 11월 11일 행정사무 감사에서 “여성가족부 (2022년) 7월 25일 업무보고 자료에 (K팝 콘서트가) 이미 들어 있었다. 대통령한테 보고했던 자료”라며 “전북도청이 (K팝 콘서트를) 몰랐다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K팝 콘서트 개최 관련에 대해서 처음 (송) 의원이 지난 업무보고에서 거론했을 때는 사실 인지를 못 했다는 것은 제가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현재 정부 문화관광부 협력과제로 들어가 있어서 지금 일정을 조율하면서 타진을 하고 있고, 연말까지 (K팝 콘서트) 개최 관련해서 세부 업무협의를 통해서 출연진 섭외까지 진행할 계획으로 준비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전북도는 K팝 콘서트 계획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정부와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이다.

송 의원은 또 새만금잼버리조직위원회에서 예산 증액을 요청했는데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점도 지적했다. 송 의원은 “(예산) 반영이 됐냐 안 됐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잼버리조직위와 전북도, 여성가족부와 정부 부처가 협업체계를 하고 있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전북도 자치행정국 관계자는 “(잼버리 조직위가) 현실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협의를 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 답변했다.

전북도의회에서는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을 담은 발언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강태창 도의원은 같은 날 행정사무 감사에서 “중앙(정부) 믿을 수 없다”며 “정권을 빼앗긴 어떤 예일지도 모르지만 우리 힘으로, 우리 전라북도에서 치러나가야 한다는 각오로 각별히 준비해 달라”고 전북도에 당부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