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파행의 원인 중 하나로 전북도의 ‘무사안일(無事安逸)’한 태도가 꼽힌다. 특히 전북도는 잼버리 운영 과정에서 큰 문제로 지적됐던 새만금 행사장의 배수시설과 관련해 “배수로 문제도 보강을 충분히 했다”고 자신감을 피력한 대목이 14일 확인돼 ‘전북도 책임론’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일보는 지난해 7월 1일 임기가 시작된 ‘전북도 제12대 의회’ 회의록을 전수분석했다. 전북도의회에서 잼버리가 열린 새만금 행사장의 배수 문제는 핵심 이슈였다.
전북도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11일 전북도 행정사무감사에서 잼버리 준비와 관련해 “현장을 전체적으로 한번 둘러봤다”면서 “제가 현장을 가서 일단 느낀 점은 좀 안도를 했다. 기반시설 문제에 있어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때 언론에 보도됐던 배수로 문제 이런 부분도 그 이후로 충분히 농어촌공사 그다음에 우리 전북도·(잼버리)조직위·부안군과 협의해서 배수로 문제를 보강을 충분히 했다”며 “대회 기간 중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도록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의 장담과 달리 실제 잼버리 대회에서는 배수시설이 제 기능을 못해 대회장이 침수되고 진흙탕이 돼 주최 측은 야영지 곳곳에 플라스틱 팰릿을 깔았다.
배수 문제에 대한 우려는 대회 개막 직전까지 계속됐다. 지난 7월 18일 전북도 행정자치위원회 회의 당시 자치행정국 관계자는 ‘잼버리 준비는 잘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여러 위험 부분도 충분히 대처하고 있다”고 답했다. 송승용 전북도의원이 “비가 많이 오긴 했지만 (대회장 상황이) 상당히 걱정스러운 수준이었다”고 우려하자, 이 관계자는 “지금은 몇 시간 안에 (빗물이) 다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 오면 충분히 15㎝ 이상 높이의 텐트를 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15일 전북도 환경복지위원회 회의에서도 배수 문제가 논란이 됐다. 회의록을 보면 전북도는 “노력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당시 전북도 새만금해양수산국 관계자는 “뻘을 매립하다 보니 배수구에 문제가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면서도 “최대한 노력했기 때문에 조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잼버리 예산 사용처를 놓고 일부 도의원과 전북도 사이에 공방이 벌어진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 5월 22일 개최된 전북도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도의원들은 특히 ‘홍보예산’을 문제삼았다.
이수진 전북도의원은 “(잼버리 대회가) 두 달 남았는데 지금 (버스에 홍보 포스터를) 래핑하고 이런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질타했다. 이어 “이런 홍보예산을 하는 것보다는 잼버리 부지를 가서 시설 점검하고 (그래야 한다)”라면서 “홍보예산은 실속 없는 예산”이라고 비판했다. 임승식 도의원도 “(대회 개최) 막바지가 다 돼서 마무리해야 하고 최종점검할 시기에 영상이나 이런 거(홍보)에다만 지원을 많이 하시는지”라고 질책했다.
지난 5월 22일 예결위에서는 잼버리 본행사와 이에 앞서 두 달 전 개최된 ‘미니잼버리’의 시설물 설치 업체가 다르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자치행정국 관계자는 업체 선정에 대한 추궁이 이어지자 “사소한 부분까지 점검을 다시 하겠다”고 말했다.
구자창 박민지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