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돈번다는 유혹에… ” 식당 주인·음식배달원도 마약 판매

입력 2023-08-15 04:06
방송인 로버트 할리(한국명 하일)씨가 14일 오전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해외 청년들에게는 술보다 흔한 마약!’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년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할리씨는 이날 4년 만에 공개석상에 나와 마약중독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한형 기자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 식당 주인, 음식 배달원 등이 다크웹이나 해외 메신저를 통해 마약을 판매하다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마약 판매와는 거리가 먼 생업에 종사했지만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을 못 이겨 범죄에 발을 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다크웹 등을 통해 케타민과 필로폰 등을 판매해온 A씨(29) 등 312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거했다고 14일 밝혔다. 혐의가 무거운 10명(판매자 9명, 매수자 1명)은 구속했다.

구속된 마약 판매자들은 대부분 평범한 시민으로 처음에는 단순 투약으로 마약에 손을 댔다가 판매까지 나서게 됐다. 주요 판매자 6명 중 5명은 마약범죄 경력이 없었고, 1명은 대마 흡연으로 한 차례 벌금형 전력만 있었다.

구속된 A씨는 인터넷 쇼핑몰 운영 사업자였다. 그는 2021년 2~8월 유럽 현지에서 다크웹을 통해 코카인, 케타민 등 4종 이상의 마약류를 국내로 들여와 같은 해 7~10월 다크웹을 통해 재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압수수색 과정에서 국내에선 흔히 유통되지 않는 마약류인 DMT(디메틸트립타민)와 사일로신(일명 환각버섯)이 발견되기도 했다.

식당 주인 B씨(29) 등 4명은 2020년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국내 ‘상선’으로부터 다크웹이나 해외 메신저를 루트로 공급받은 대마, 필로폰을 판매했다. 음향기사 C씨(23)는 처음엔 지인들과 대마를 공동구매해 흡연하다 이후 해외 메신저로 대마를 구입한 뒤 모두 12차례 지인들에게 판매했다. 경찰은 판매자와 매수자의 경계가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경찰청은 지난 3~7월 ‘상반기 마약류 범죄 집중단속’을 실시해 총 1만316명을 검거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301명에서 63.7% 증가한 수치다. 이 중 제조·밀수·판매 등 공급사범은 3065명이 적발돼 지난해 대비 87.2% 늘었다. 연령별로는 10대가 56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9명)보다 213.4% 급증했다. 전체 피의자의 5.4%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