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사형 폐지… ‘가석방 없는 종신형’ 이번엔 도입되나

입력 2023-08-14 00:04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9일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던 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관련 법안이 21대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되는 한국 상황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강력범죄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추진 과정에서 사형제 존폐 논란이 다시 불붙을 수 있고, 영구격리 흉악범들에 대한 관리 문제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3일 “국내에서 사형 확정이 어려워지고 있는데 사형과 무기징역을 절충한 형벌이 생기면 다양한 선택의 여지가 생기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신체 자유 제한은 분명하지만, 범죄자 인권을 위해 선량한 다수 시민의 인권을 위협받게 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법무부는 무기형 선고 시 가석방 허용 여부를 함께 선고하게 하는 형법 개정안을 14일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현행법은 가석방이 가능한 종신형만 채택하고 있으며, 20년 복역 시 가석방이 가능하다. 사형이 사실상 가석방 없는 종신형처럼 운영되고 있지만, 한국은 19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만약 사형제도가 폐지되면 현재 무기징역형으로는 형 집행 공백이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법원도 일부 판결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필요성을 판시했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1월 ‘세 모녀 살해범’ 김태현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피고인 형벌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집행돼야 마땅하다는 의견을 밝힌다”고 했다.

지난달 대법원이 강도살인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후 다른 수용자를 또 살해한 피고인에 대한 사형 판결을 파기한 일도 절대적 종신형의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촉발했다. 2심이 사형을 선고하며 “사형이 ‘절대적 종신형’으로 기능하는 측면도 있다”고 한 것에 대해 대법원이 “절대적 종신형은 형법상 형 종류로 규정돼 있지 않다”고 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이를 “별도의 법적 근거로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필요성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앞서 17대,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었지만 폐기됐다. 과거 법안은 현재 안과는 달리 사형 폐지가 포함돼 있었다. 대법원은 20대 국회 당시 “대안의 범죄 억지력, 국민 법감정, 사형 선고 실태, 국제 동향 등을 종합 고려해 광범위한 연구와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할 사안”이라는 의견을 냈었다. 장 교수는 “법안 추진 과정에서 이번 법안이 사형 폐지 준비 단계인지, 사형 폐지와 동시 추진해야 하는 게 아닌지를 놓고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제도가 도입되면 교도소 흉악범 관리 대책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사회 복귀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라 교화가 쉽지 않고, 별도 격리 시설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