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우여곡절 끝에 막을 내렸지만, 파행을 막기 위해 투입된 ‘위기수습 비용’까지 더하면 눈덩이처럼 불어난 사후 청구서가 기다리고 있다. 기존에 쓴 총사업비 1171억원에다 개막 이후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들어간 예산까지 합하면 이번 대회에 최소 1500억원이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13일 잼버리 조직위원회 등에 따르면 새만금 잼버리에는 행사 시작 전에만 총 1171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 돈은 국비(303억원)와 전북도비(419억원), 스카우트 자체 예산(399억원)으로 마련됐다. 이 중 395억원은 야영장 조성을 위해 집행했는데, 전북도가 상·하수도와 주차장, 하수처리장 등 기반시설과 강제배수시설 설치 등에 265억원을 썼고 조직위는 화장실과 샤워장 등 숙영편의시설을 설치하는 데 130억원을 집행했다. 나머지 740억원은 사업비(656억원)와 인건비(84억원) 등 운영비로 쓰였다.
이를 두고 핵심인 시설비는 적게 집행된 반면 집행 내역이 상대적으로 불투명한 운영비에 많은 돈이 쓰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직위 관계자는 “인건비를 비롯해 운영비로 집행하는 비용도 대부분 야영과 프로그램 운영에 필요한 사업비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직위 사업비 집행내역을 보면 폭염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폭염대비 물품 구입(소금·물)’에 쓰인 비용은 2억원에 그쳤다. 행사장 방역 및 해충기피제 구비에는 7억6000만원이 들었다. 결국 대회 초반 폭염 속에서도 생수 같은 필수품이 제때 보급되지 않고, 모기와 화상벌레 등 해충이 대원들을 괴롭히면서 비판의 기폭제 노릇을 했다.
잼버리 준비 부실의 대표적 사례로 지목된 야영장과 상부시설(화장실, 샤워장, 급수대 등) 설치에는 119억원이 들어갔다.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도 “화장실 위생과 청결 문제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100억원 이상의 비용을 투입하고도 가장 기본적 시설인 화장실과 샤워실 배수·위생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대회 초반 온열 질환자가 줄잇는 등 운영에 차질을 빚자 정부는 대회 4일 차에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예비비 69억원을, 행정안전부도 특별교부세 30억원을 긴급 지원했다. 1171억원이던 사업비가 1270억원까지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다 태풍 ‘카눈’의 여파로 대원들이 새만금 영지를 떠나 전국으로 흩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추가 비용도 남아 있다. 조직위는 약 3만7000명의 참가자들을 8개 시·도로 이동시켰다. 숙소는 대부분 대학 기숙사나 연수원 등으로 배정됐는데, 2인 1실 기준 하루 15만원 수준으로 보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식비(1인당 일 5만원)까지 더하면 지난 8일부터 폐영식이 열린 11일까지 숙식에만 200억원 이상이 추가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원들을 태운 1100여대의 버스 운행과 지자체 체험 행사에 들어간 비용까지 합하면 잼버리 투입 비용은 최소 1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조직위는 대회 종료 이후에도 국내에 머무는 대원들의 경우 사전 신청자를 제외하고는 정부 예산으로 비용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역대 잼버리 조직위는 폐영 후에도 수일간 참가자들이 숙영지에 머물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이번 대회는 정부가 마련한 숙소로 대피한 상황이라 입국 전 자비로 유료 프로그램을 결제한 경우 등에 한해 숙소를 계속 제공한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