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 운동처럼, 노인 주택 개량사업 펼쳐 보자

입력 2023-08-14 18:00

“내 집에서 한번 살아 보는 것이 평생소원이었어요.” “소파에 누워서 내 맘대로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 너무 좋아요.”

장애인 시설에서 일생을 보내다 새로 마련된 지원 주택에 들어가게 된 장애인들의 말이다. 보통 사람들에겐 너무나 당연한 일이 어떤 이들에게는 이룰 수 없는 소망이 된다.

노인들이 ‘살던 곳에서 늙을 수 있어야 한다(ageing in place)’는 말이 큰 공감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하려면 그럴만한 ‘곳(place)’이 있어야 한다.

집 없는 노인과 장애인들에게 작지만 살만한 집이 필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집이 있는 이들은 아무 문제 없을까?

한국의 노인과 장애인들이 사는 집은 안전하고 편안한가? 미끄러운 화장실에서 머리 팔다리 허리를 다친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 미끄럽지 않게 바닥을 고치고 변기 옆에 지지대를 붙여 주자. 문지방은 없애고 벽에 난간을 붙이면 이것을 잡고 부엌, 화장실에 혼자 다닐 수 있다. 휠체어나 보행기에 의지하는 이들에게는 문을 넓혀 주자. 이러면 집이 편하고 안전해지고 가족의 돌봄 부담도 줄어든다.


더 나아가 노인, 장애인을 위한 ‘지원 주택(supportive housing)’을 대량으로 지어야 한다. 노인이나 장애인 1~2인 가구를 위한 장기 임대 주택을 짓고 거기에 ‘주거 지원’ 기능을 붙이는 것이다. 지원 기능은 다양하지만, 세끼 밥을 해주는 공동 식당, 낮에 모여 대화를 나누고 프로그램도 할 수 있는 공동 거실 등을 갖춘다. 여기에 ‘주거 지원실’이 집 관리는 물론, 급식 세탁 청소 등도 맡아주고 주·야간 당직이 있어 긴급 상황 시 병원으로 이송한다. 심리·정서 지원, 다양한 생활 기능 보조 등도 필요에 따라 제공된다.

이러면 고급 ‘실버타운’이 연상되겠지만 서구에서는 중산층에게 이런 주택을 대중적으로 보급하고 있다. 일본도 적극적이다. 노인 인구의 2~10%에게 이미 지어 공급하고 있으니 한국으로 환산하면 20만~100만호가 된다.

새마을 운동 때 했던 지붕 부엌 변소 개량사업의 역사를 이제 노인 주택 개량사업으로 되살려 보자. 갖가지 구설에 올라 있는 토지주택공사가 고령화 시대 주거 복지의 주역으로 다시 태어나면 어떨까?

(재)돌봄과미래 이사장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