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같은 이야기 통해 국가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길”

입력 2023-08-14 04:06
‘D.P.’를 연출한 한준희 감독. 한 감독은 “준호 같은 사람이 ‘이거는 좀 이상한 거 아니에요?’라고 말하고 그로 인해 주위 사람들이 영향을 받아 ‘바꿔보자’고 하는 순간을 시즌2를 통해 담아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제공

“군대는 의무도 있는 거 아니에요? 병사들을 지켜야 할 의무요.”

군 장정 인권센터의 신혜연 간사가 큰 소리로 반문한다. 그는 군대 내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부조리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묻는다. 국가를 ‘방조범’이라 부른다. 넷플릭스 시리즈 ‘D.P.’가 담고 있는 메시지가 신혜연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다.

‘D.P.’는 지난 2021년 8월 시즌1이 공개됐다.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D.P.) 안준호(정해인)와 한호열(구교환)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들이 쫓는 탈영병들은 각기 다양한 사연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몇몇 사연은 군내 부조리와 무관하지 않았다. 시즌1의 마지막은 군대가 평범한 사람을 어떻게 괴물로 만드는가를 보여줬다. 지속적인 폭력을 견디지 못한 조석봉(조현철)이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키면서 충격을 줬다. 착하고 바른 성품의 조석봉이 군대의 폭력으로 미쳐버린 순간이었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시즌2는 조석봉 사건 이후의 준호를 조명한다. 시즌1에서 군대 시스템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데서 그쳤다면 이번 시즌에서 준호는 변화를 스스로 만들어 나간다. ‘D.P.’를 연출한 한준희 감독을 지난 2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대한민국의 군대 문화는 학교든 직장이든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준호 같은 사람이 ‘이거는 좀 이상한 거 아니에요?’라고 말하고 그로 인해 주위 사람들이 영향을 받아 ‘바꿔보자’고 하는 순간을 시즌2를 통해 담아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시즌2의 중후반부에서 군 장정 인권센터와 시민단체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다. 군 내부자이자 시스템에 순응해서 살던 임지섭(손석구) 대위가 재판장에 증인으로 나선다. 한 감독은 “국가가 사과하는 순간들이나 누군가 내부고발을 결심하는 순간은 드물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분들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저는 다른 종류의 리얼리티”라고 부연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통합검색 및 추천 플랫폼 키노라이츠에 따르면 시즌2는 8월 1주차 통합 콘텐츠 랭킹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다만 시즌1에서 사랑받았던 호열과 준호의 브로맨스가 이번에는 잘 보이지 않아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에 대해 한 감독은 “내 앞에서 누군가가 얼굴에 총을 쏘는 걸 보고서 D.P. 활동을 잘 이어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준호를 연기한 배우 정해인에 대해 한 감독은 “정해인이 연기하는 안준호 자체가 매력적”이라고 극찬했다. 배우 구교환이 연기한 호열은 시즌2에서 톤이 다소 달라진다. 시즌1에서 그가 보여준 위트 있는 모습이 사라지고 유약한 모습의 ‘진짜 한호열’이 나온다. 한 감독은 “실제로는 유약한 사람이 군대에 와서 겉으로 아무렇지 않아 하면서 지내왔다”며 “힘든 일들을 겪은 후 이 사람이 어떤 표정과 말투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창작물이지만 ‘D.P.’는 허구가 아닌 사실적인 느낌이 강한 작품이다. 실제로도 군대에선 폭력으로 누군가가 목숨을 잃고, 조석봉처럼 분노로 총을 집어 드는 사건이 있었다. 한 감독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계속 비슷한 사건이 벌어지잖아요. ‘D.P.’같은 이야기를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길 바랐어요. 국가는 그런 기능을 해야 해요. 개인의 사건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라고 국가가 존재하는 거잖아요.”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