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그룹)의 전국경제인연합회 재가입을 두고 재계 안팎의 시선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로 쏠리고 있다. 오는 22일 열릴 전경련 임시총회를 앞두고 삼성 준감위가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7년 만의 ‘4대 그룹 복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준감위는 이르면 오는 16일 임시 회의를 열고 삼성그룹 5개 계열사(삼성전자·SDI·생명·화재·증권)의 전경련 복귀에 대한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를 심의한다. 준감위는 삼성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준법 감시·통제를 하기 위해 2021년 2월에 출범한 독립위원회다. 준감위는 2대 위원장인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변호사(전 대한변호사협회장)를 비롯해 내·외부위원 7인으로 구성됐다. 이번 회의에선 정경유착 의혹의 고리를 끊겠다며 전경련을 탈퇴한 삼성의 ‘재가입 적정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19일 삼성의 전경련 복귀에 대해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었다.
준감위 논의 결과는 4대 그룹의 전경련 복귀를 가르는 분수령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준감위가 내린 판단은 삼성전자 등 계열사 이사회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준감위 권고 사안과 다른 의사결정을 하려면 각 계열사는 이사회를 열고 이를 공시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 재가입을 위해 사실상 준감위의 ‘OK 사인’이 필수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안팎에선 준감위가 ‘정경유착 논란에 다시 휘말리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는 취지의 권고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전경련에 복귀하더라도 기금 출연 등 법적 리스크가 우려되는 상황에 대해선 준감위 승인 등을 거쳐야 한다는 식의 ‘조건부 허가’를 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준감위 측은 “아무 것도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전경련은 오는 22일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할 계획이다. 전경련 명칭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변경하는 안건도 의결한다. 산하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통합하는 안도 처리한다. 전경련은 지난달 4대 그룹에 공문을 보내 “기존 한경연 회원사인 4대 그룹은 흡수·통합될 한경협으로 그 지위가 승계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4대 그룹은 국정농단 사태로 전경련을 모두 탈퇴했지만, 한경연 회원 자격을 유지해 왔다. 삼성이 전경련에 재가입하면 다른 그룹의 복귀도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