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100년 새 최악의 참사로 거론되는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의 산불 화재 현장에서 현지 한인교계의 섬김 활동이 눈길을 끌고 있다. 13일(현지시간) 하와이 교계에 따르면 현지 마우이순복음교회(서정완 목사)는 이재민에게 휴식 공간을 내주고 식료품과 생필품을 제공하며 성도들은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하와이 마우이섬 서부 해안에서 발생한 산불은 허리케인 강풍을 타고 인근 마을인 라하이나를 집어삼켰다. 이로 인해 1만1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
서정완 목사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교회는 주요 피해지역인 라하이나 마을과 거리가 다소 있기에 피해가 없었다”면서 “주호놀룰루 총영사관이 교회에 도움을 요청해 왔다. 교회가 힘든 이들을 위해 손을 내미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에 흔쾌히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마우이순복음교회는 관광객과 이재민을 위한 쉼터 역할을 자청했다. 화재 발생 이후 교회에는 관광객 4팀이 다녀갔으며 현재 한 가정이 대피해 있다. 서 목사는 “라하이나는 도로가 통제돼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라하이나에 머물던 관광객들이 숙소로 돌아가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다 교회를 찾아왔다”면서 “지금 관광객들은 교회를 떠났고 화재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60대 한인 부부 한 가정만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교인 40여명도 팔을 걷어붙였다. 이들은 돌아가며 교회 안내를 돕고 이재민을 위한 식료품과 생필품을 직접 포장했다. 서 목사는 “지금까지 샌드위치와 물 300인분을 소방서에 제공했다”며 “라하이나 마을 주민들이 긴급하게 대피하면서 마트에서 생필품을 사 갔기 때문에 마트에서도 물건을 사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으로 속옷과 비누 등 생필품을 담은 희망박스 100개를 만들어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미한인기독선교재단에 따르면 마우이섬에는 한인교회 4곳이 있으며, 마우이순복음교회는 올해 창립 36주년을 맞았다.
서 목사는 “피해지역에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계속 강한 바람이 불고 있어서 언제든 불씨가 다른 지역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화재로 인한 피해가 복구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교회는 피해가 복구될 때까지 도움을 이어갈 것이다. 이재민이 조속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