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스타트업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 생성형 AI는 최근 얼어붙은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서 드물게 활기가 넘치는 분야다. 미국에서는 수십억 달러가, 유럽에서는 출범 4주 만에 스타트업 한 곳에 1억500만 유로가 몰릴 정도다. 하지만 수익 실현 가능성이 불분명하다며 ‘거품’이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13일 벤처캐피털(VC)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AI 스타트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면 투자로 연결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 빙하기에도 생성형 AI를 앞세우면 통하는 상황이다. 국내 한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 전문 VC 대표는 “AI와 관련이 없어도 기술 투자 전문 VC 앞에서 ‘AI 스타트업이다’라고 설명하면 투자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미국에서 더 뜨겁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생성형 AI 개발 경쟁에 뛰어들면서다. 테크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실적 발표 시 주력 성장 분야로 앞세울 정도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도 자체적인 생성형 AI 모델을 개발하겠다며 투자를 받고 있다.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6월 출범한 지 4주밖에 되지 않은 생성형 AI 스타트업에 시드(초기단계투자) 자금으로 1억500만 유로(약 1518억원)가 몰렸다. AI 기업 육성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투자가 집중되고 있지만 ‘버블론’ 또한 꺼지지 않고 있다. 실질적으로 어떤 사업모델을 갖고 이윤을 낼 수 있을지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는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생성형 AI가 언제,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가 불분명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생성형 AI 스타트업들이 제대로 된 사업모델을 만들지 못하면 또 하나의 버블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생성형 AI에 관심을 집중시킨 ‘챗GPT’ 사용률이 벌써 둔화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수익성을 담보할 사업모델이 없으면 막대한 투자금이 투입돼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관련 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외신 등에 따르면 벤처자본회사 섹션32의 앤드루 해리슨 최고경영자(CEO)는 “AI가 지금보다 10배 이상 나은 뭔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비싸고 이윤이 적은 소프트웨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