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한 10일 전국적으로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강원 지역과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400㎜ 안팎의 물폭탄이 쏟아져 침수, 낙석 피해도 이어졌다. 제주공항 항공편 운항은 이틀째 큰 차질이 빚어졌고 여객선 운항도 통제됐다. 육지에서는 고속열차와 일반열차가 멈춰섰다. 개학한 학교의 절반에 가까운 유치원, 초·중·고교 1500여곳은 학사운영 일정을 조정했다.
기상청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카눈은 10일 오전 9시20분 경남 거제 부근에 상륙했다. 상륙 직후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은 각각 975hPa과 초속 32m를 기록했다. 강도 ‘강’을 유지하던 카눈은 상륙하면서 ‘중’으로 내려갔고, 오후 9시 이후로는 세력이 더욱 약해졌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는 세찬 바람이 계속 불었다.
카눈은 상륙 이후 천천히 전국을 훑고 지나갔다. 경북 안동을 지나면서 시속 38㎞로 잠깐 빨라졌다가 오후 진행 방향을 북에서 북북서로 틀면서 속도를 유지했다.
태풍 영향으로 전날부터 강원 영동지방과 영남권 등에는 폭우가 쏟아졌다. 9일부터 이날 오후 8시까지 강원 속초의 누적 강수량은 402.6㎜를 기록했다. 삼척 궁촌(387㎜), 속초 설악동(362.5㎜), 강릉(346.9㎜), 고성 대진(341.5㎜)에도 많은 비가 퍼부었다. 경남 양산(350.0㎜), 경북 경주(318.0㎜), 울산(304.5㎜), 전북 남원(265.5㎜) 등에도 큰비가 내렸다. 특히 강원 고성에는 시간당 88.7㎜의 ‘극한호우’가 쏟아졌다.
오후에는 대구 군위군 효령면 남천 병천교에서 67세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안전사고로 분류된 실종자도 1명 발생했다. 16개 시·도에서 1만487가구 1만4153명이 대피했다. 경북 지역이 6985가구 9208명으로 제일 많았다. 이어 경남(2128가구·2960명), 전남(733가구·975명), 부산(217가구·350명) 순이었다. 전국적으로 휴업하거나 원격수업으로 전환한 학교는 총 1579곳이다.
주택 11동과 상가 4동이 침수되는 등 사유시설 침수 피해가 103건으로 집계됐다. 도로침수·유실 51건 등 공공시설 피해는 56건을 기록했다.
하늘길과 바닷길도 대부분 막혔다. 14개 공항에서 355편의 항공편이 결항됐다. 선박은 여객선이 102개 항로 154척, 도선은 76개 항로 92척의 운항이 중단됐다. 철도도 첫차부터 고속열차 161편(KTX 118편·SRT 43편)을 비롯해 일반열차 251편, 전동열차 44편이 운행되지 않았다.
중대본은 인명 피해 최소화를 위해 해안가 저지대와 해안가 주변 지하사업장 등 위험지역 순찰, 유사시 지하차도 신속통제 등을 관계기관에 지시하며 대응했다. 이상민 중대본부장(행안부 장관)은 “위험지역에 있는 주민들은 과감하게 대피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이현 김재환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