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호 태풍 카눈이 10일 한반도에 상륙해 남해안을 중심으로 거센 비바람을 쏟아내고 북상하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전날부터 300㎜ 안팎의 비가 내린 남부지역에서는 침수, 낙석, 고립 등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실종·사망 사례도 발생했다.
이날 오후 1시10분쯤 대구 군위군 효령면 병천교 아래 남천에서 67세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군위군 효령면 불로리 남천 제방 일부가 유실돼 하천 물이 넘쳤고 하천 옆에 있는 불로리와 병수리 주택 10여채가 물에 잠겼다. 특히 병수리 주택의 경우 심한 곳은 주택 지붕까지 물이 차기도 했다. 하천 주변 주민 170여명이 긴급 대피한 상태다.
주민 이모씨는 “30분도 안 돼 갑자기 물이 들어오는 바람에 물건 하나 못 챙겼다”며 “소며 염소며 아무것도 못 건졌다”고 말했다. 군위군에선 오전부터 남천 수위 상승으로 “우사에 물이 들어온다” “하천이 범람해 집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기둥을 붙잡고 있다” 등의 신고 잇따랐다. 구미에서는 400년 된 천연기념물 반송(천연기념물 357호) 일부가 강한 비바람에 쓰러졌다.
경남 창원에서는 오전 맨홀 뚜껑이 솟구쳐 올라 시내버스 바닥을 뚫고 올라왔다. 버스에는 당시 5∼6명가량의 승객이 탑승 중이었으나 맨홀 뚜껑이 튀어오른 부분이 차체 중앙 부분이어서 다친 사람은 없었다. 창원에선 비상근무를 서던 경찰이 급류에 휩쓸린 주민을 구조했다. 창원시 성산구에서 60대 여성이 도로를 건너다 급류로 넘어졌다. 인근에서 차량 통제를 하던 경찰 2명이 이 여성을 붙잡았으나 유속이 워낙 빨라 함께 약 100m를 떠내려가다 가까스로 멈춰 구조에 성공했다.
울산에서는 태화강 태화교 수위가 한때 4m 가까이 올라가면서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 울산대교와 경부고속도로 일부 구간의 차량 통행이 한때 통제됐다.
충남에서는 부여 20명, 당진 5명 등 침수우려지역 주민 25명이 경로당과 마을회관, 숙박업소 등에 대피했다. 부여군 임천면에서는 가로수가 쓰러져 30대 여성이 다쳤다.
부산 중구의 한 도로에서는 성인 남성 허리 굵기의 가로수가 뿌리째 뽑히는 등 해안도로 침수, 가로수와 중앙분리대 파손 등 피해가 속출했다. 오후엔 비바람이 잦아들었지만, 낙동강 상류에 내린 비가 하류로 밀려들면서 구포대교 수위는 한때 계속 올랐다.
충북 영동군의 한 야산에선 옹벽이 무너져 2가구 5명이 대피했고, 보은군의 한 주택은 강풍에 지붕이 날아가 주민 2명이 대피했다. 강원도 강릉에서는 정동진천이 범람해 인근 주민 수십명이 대피했다.
인천의 뱃길도 모두 끊겼다. 인천과 섬을 잇는 14개 항로 여객선 19척이 통제됐다. 코로나19로 중단됐다 3년 만에 재개될 예정이던 한·중여객선 운항도 잇따라 연기됐다.
부산·대구·홍성=윤일선 최일영 전희진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