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 지점장이 사설 대부업체와 유착해 고객들에게 사금융 대출을 알선하고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황보현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금융 알선, 업무상 배임,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지방은행 전 지점장 A씨를 최근 불구속 기소했다. 당초 진술 외 뚜렷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경찰은 정식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은 A씨가 2017~2019년 지점장 인맥을 악용해 다수 기업체에 직접 16억여원을 대부한 혐의만 인정해 검찰 송치했다. 자기 은행 대출금을 다시 고리로 빌려주는 방식이었다.
피해자인 은행 측 이의신청으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A씨 휴대전화·노트북 등을 추가 압수수색해 그가 사설 대부업체에서 주주 4명 중 한 명으로 업체 운영에 실질적으로 가담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A씨가 업체 지분 20%를 취득한 내용, 대부 수익을 정산받은 파일 등이 증거로 확보됐다.
금융기관 임직원은 사금융 대출을 알선하면 안 되지만, A씨는 2019년 7월~2020년 2월 은행 고객인 3개 업체가 해당 대부업체를 통해 15억원을 빌리도록 알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4억9000만원은 A씨 돈이어서 수천만원 상당 이자수익도 챙겼다. 소개비 1000만원도 받았다.
A씨가 중소기업 대표 B씨와 공모한 ‘편법 대출’로, 소속 은행에 금전적 피해를 준 배임 혐의도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당시 A씨는 본인이 운영하는 건설사가 지은 오피스텔 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B씨는 부도 위기에 몰려 있었다.
A씨는 B씨가 회사운영자금 명목으로 신청한 1억원의 은행대출을 승인했다. 그러나 사실 B씨가 A씨 분양 오피스텔을 1억원에 사들이기로 합의하고 이뤄진 대출이었고, 돈은 실제 오피스텔 매입에 사용됐다. A씨는 대신 자기 돈 1억원을 B씨에게 빌려줬다.
이후 B씨는 자신의 회사가 다른 업체에서 받을 돈에 대해 ‘어음할인’을 신청했고, A씨는 회수 가능성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승인해줬다. 만기일이 오지 않은 어음을 은행에 양도하고, 그 대가로 액면 금액에서 남은 기간 이자를 뺀 액수의 현금을 받게 된 것이다.
A씨는 B씨가 어음할인으로 받은 돈 중 7000만원을 되돌려받아 B씨에게 사적으로 빌려준 돈 대부분을 회수했다. 하지만 B씨가 돈을 받기로 한 회사와 B씨 회사가 모두 부도나면서 어음은 휴지조각이 됐고, 은행은 돈을 회수하기 어려워졌다. 검찰은 B씨도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