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에콰도르에서 조기 대선이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반부패’ 공약을 내세운 대선 후보가 괴한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콰도르 야당인 ‘건설운동’ 소속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59) 후보가 이날 오후 6시 20분쯤 에콰도르 수도 키토의 한 체육관에서 선거 유세를 마치고 이동하던 중 괴한의 총격을 받았다. 그는 곧바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숨졌다. 현지 언론은 현장에서 약 30발이 발사됐으며 비야비센시오 후보가 머리 3곳에 총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경찰관 등 9명도 다쳤다.
총격사건 용의자 1명은 보안요원과의 총격전에서 체포돼 중상을 입은 채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숨졌다. 경찰은 범죄 관련 용의자 6명을 체포해 구금했다. 사건 현장에서는 폭발물도 발견됐는데 경찰은 폭발물 제거반이 안전하게 후속 조처를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범행 동기 등을 수사 중이다.
에콰도르에서는 부패 혐의로 탄핵 위기에 몰린 기예르모 라소 대통령이 지난 5월 대통령직을 포기하는 동시에 의회 해산권을 발동하면서 조기 대선이 치러지게 됐다. 오는 20일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8명 중 한 명인 비야비센시오 후보는 현지 여론조사에서 5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언론인이자 국회의원 출신인 비야비센시오 후보는 부패와 싸우고 탈세를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피살 전 마지막 연설에서도 “부패를 뿌리 뽑고 에콰도르의 ‘도둑들’을 가두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2007∼2017년 재임)의 부패 행위를 신랄하게 비판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편 비야비센시오 후보는 생전 멕시코 마약 밀매조직 ‘시날로아 카르텔’과 연관된 조직들로부터 수차례 살해 위협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후보 선거 캠페인 측 관계자는 “최근 살해 협박을 받아 당국에 이를 알렸다”고 AP에 말했다.
라소 대통령은 3일간의 애도기간을 지정하고 60일간의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다만 대선은 이달 20일 예정대로 치러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