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 7층 식당.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잼버리) 한국·중국 대원 380여명이 식판을 들고 있었다. 이날 점심 메뉴는 소고기 잡채와 소갈비찜. 먼저 자리를 잡은 대원들은 목청껏 식사 노래를 불렀다. “마음 모아 다 함께 준비한 식사. 우리 모두 감사하며 맛있게 먹자~.”
식사를 마친 대원들은 하나같이 식판을 깨끗이 비웠다. 한 여중생은 이 교회 교역자에게 다가와 “밥이 너무 맛있다. 집에 가기 싫다”고 했다.
태풍 ‘카눈’으로 조기퇴영하면서 분산 배치된 잼버리 대원들을 나눠 수용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극진한 섬김’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일사불란하고 발 빠른 섬김 사역은 대원들의 ‘새만금 악몽’을 기분 좋은 추억으로 바꿔놓는 분위기다. 뜻밖의 손님을 맞이한 교회로서는 사랑과 환대의 정신을 몸소 실천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한국교회가 수용한 잼버리 대원 수는 5000여명으로 파악된다.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는 경기도 파주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과 영산수련원에서 프랑스·스페인 대원 550여명의 숙식을 제공하고 있다. 기도원 측은 한 끼 식사 예산을 1인당 8000원에서 2만원 선으로 2.5배 올렸다. 교회 측에서 “대원들이 머무는 동안 최대한 정성을 다해 섬겨달라”는 요청에 따른 조치다. 지난 9일 저녁에는 비빔밥과 보쌈 등을 내놓은데 이어 이날 아침엔 서양식 조식 메뉴를 선보였다. 채식하는 대원들을 위한 ‘비건(vegan)’ 음식도 따로 준비했다.
서울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는 이날 영국 스카우트 대표단에 6500석 규모의 교회 본당과 10여개 채플실을 개방했다. ‘스카우트 문화의 날’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교회 측은 특별공연도 준비했는데, 극동방송 어린이합창단과 코리아크리스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이 무대에 올랐다.
서울광염교회(조현삼 목사)는 이날 육군사관학교에 머무는 체코와 베네수엘라 잼버리 대원 등 관계자 425명에게 아침 식사를 제공했다. 조식 봉사에는 교회 성도뿐 아니라 육사 취사병 12명도 동참했다. 교회는 식당관리관과 논의해 각종 빵과 치즈, 달걀과 소시지, 샐러드와 각종 음료 등으로 구성된 음식을 제공했다.
교회는 노원구청의 제안으로 이날부터 사흘간 이들에게 조식을 직접 조리해 배식한다. 교회는 아침 식사와 더불어 마스크팩, 손톱깎이, 동전 지갑, 한국 과자 등을 담은 선물꾸러미도 선사할 예정이다.
교회에서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잼버리 대원들은 활기찬 표정이었다. 새에덴교회 강당에서는 홍팀 청팀으로 나뉜 대원들이 빨강 파랑 깃발을 흔들며 레크리에이션을 즐겼다. 전날 오후 새에덴교회에 머문 대원들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알아본 숙소로 거처를 옮길지 찬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전체 설문 결과 교회에 쭉 남기로 했다고 잼버리 관계자는 설명했다. 교회 측은 대원 10명 중 9명 이상이 교회에 남길 원했다고 밝혔다.
용인=글·사진 이현성 기자, 조승현 양민경 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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