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은둔 청년, 결혼은 체념해도 일자리 열망 강하다

입력 2023-08-11 04:05

자발적으로 세상과 단절을 택한 고립·은둔청년도 좋은 일자리와 충분한 소득·자산, 인간관계에 대한 소망은 보통 청년들 못지않게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들 중 절반은 실제로는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부족하다고 답한 비율도 70%가 넘었다. 고립·은둔청년이란 유의미한 인간관계의 부재로 제대로 된 지지체계를 갖추지 못했고, 방이나 집안에 주로 머물러 타인·사회와의 교류가 거의 없는 청년을 뜻한다.

10일 국민일보가 국무조정실의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 세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자발적 고립·은둔청년의 96.3%는 ‘원하는 일자리’가 중요한 요소라고 답했다. 전체 19~34세 청년의 긍정 비율(97.4%)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높은 수치다.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와 ‘높은 소득과 많은 자산’을 중요한 요소로 꼽은 비율도 91.9%로 전부 90%를 상회했다. 각각 95.7%, 93.7%가 긍정 답변을 한 전체 청년층에 비해서도 거의 차이가 없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임신·출산·장애 외의 이유로 은둔을 택한 청년의 숫자는 전국 기준 24만4148명(2.4%)에 이르렀다. 그 원인으로는 취업 실패를 지목한 응답이 35.0%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인간관계의 어려움(10.0%), 학업 중단(7.9%) 순이었다.


연애·결혼 등의 낭만적 요소를 대하는 고립·은둔청년의 인식은 일반 청년보다 확연하게 체념적이었다. 전체 청년의 80.9%가 연애를 중요한 요소라고 답한 반면 고립·은둔청년은 59.1%만이 여기에 공감했다. 결혼이 중요하다고 답한 이들의 비율은 52.4%로 전체 청년(74.2%)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했다. 사회적 기여를 중요하게 여기는 비율 역시 63.0%로 전체 평균(71.4%)에 비해 낮았다.

이들 중 현재 정부의 정책으로 자신이 바라는 미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27.9%에 불과했다. 고립·은둔청년 10명 중 7명은 정책적인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다는 뜻이다. 이들의 인간관계 역시 보통 청년에 비하면 빈약한 수준이었다. 자신이 현재 좋은 사람들과 알고 지낸다고 답한 고립·은둔청년의 비율은 53.4%로 전체 청년(75.9%)의 긍정 응답률을 크게 밑돌았다.

지난해까지 국내의 고립·은둔청년 관련 대책은 서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노력에 그쳤다. 다만 정부는 올해 들어 보건복지부 주도로 전국 단위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등 본격적으로 국가 차원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기획재정부 또한 내년도 예산 편성에 이들의 취업과 사회관계 형성을 돕는 프로그램을 포함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이들을 밖으로 끌어내고, 사회적인 관계 형성과 직업능력 향상을 돕는 정책이 주로 시행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