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거포’ 노시환(23·한화 이글스)이 생애 첫 홈런왕에 도전한다. 2016년 이후로 끊긴 KBO 토종 20대 홈런왕 계보를 7년 만에 이으며 각종 타격 지표에서 최연소 타이틀까지 거머쥘 수 있을지 주목을 끈다.
노시환은 지난 9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경기에 3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해 3번이나 홈런포를 가동했다. 올 시즌 홈런을 26개째 기록하며 2위 최정(21홈런)과의 격차도 한껏 벌렸다.
20대 거포를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던 한국 프로야구판에도 세대교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노시환이 올 시즌 홈런왕에 오르면 무려 7년 만에 KBO리그에 20대 토종 홈런왕이 탄생한다. KBO리그 토종 20대 홈런왕은 2016년 29세의 나이로 40홈런을 기록한 최정을 마지막으로 계보가 끊긴 상태다. 그 전엔 2013~2015년 37홈런, 52~53홈런의 박병호(KT)가 20대 홈런왕을 차지했고, 이들 외엔 전부 외국인 타자가 홈런왕 자리에 올랐다.
만 23세가 되기 전에 2023시즌을 끝내는 노시환이 타이틀을 가져간다면 KBO리그 역대 세 번째로 어린 홈런왕으로 이름을 남기게 된다. 역대 KBO리그에서 만 23세 이전에 홈런왕을 차지한 타자는 만 21세 역대 최연소 홈런왕(1997년) 기록을 보유한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과 만 22세인 1990년에 타이틀을 얻은 장종훈 KBO 재능기부위원, 단 두 명뿐이다.
올 시즌 한화가 치른 94경기에 모두 출전해 14.3타수당 1홈런을 기록한 노시환은 8월에 접어들자마자 홈런 4개를 뽑아냈다. 지금의 페이스가 유지된다면 잔여 경기를 치르는 동안 가뿐히 40홈런을 돌파할 수 있다.
그나마 변수가 있다면 9월 개막하는 항저우아시안게임이다. 아시안게임 대표로 선발된 노시환은 이 기간 2주 이상 KBO리그 정규시즌에 출전할 수 없다. 앞으로 사실상 36경기가 남아있는 셈이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하기 전에 홈런 2위 최정과의 격차를 벌려놓아야 무리 없이 홈런왕을 차지할 수 있다.
노시환은 홈런 외 각종 타격 지표에서도 출중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장타율 0.569(1위), OPS 0.962(공동 1위), WAR 4.51(1위), 71타점(1위)로 선두 자리를 차지한 부문만 4개다. 타율은 0.307(10위)로 ‘타율 3할·30홈런·100타점’ 기록도 머지않았다.
노시환이 타율 3할을 유지하면서 ‘30홈런·100타점’ 고지까지 밟으면 1997년 만 21세에 타율 0.329, 32홈런, 114타점으로 역대 최연소 기록을 세운 이승엽 감독에 이어 이 부문 역대 최연소 2위 기록을 쓸 수 있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