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 1명 뽑는 선거일 뿐인데… 與野 지도부 ‘명운’ 달렸다

입력 2023-08-12 04:05
게티이미지

오는 10월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머릿속이 복잡하다. 기초자치단체장 한 명을 뽑는 선거에 불과하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서울 민심을 가늠해볼 수 있는 유일한 선거이기 때문이다.

보궐선거의 ‘귀책사유’를 제공한 국민의힘은 무공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후보군을 압축한 뒤 승전보를 전할 수 있는 후보를 뽑을 예정이다. 그러나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의 사면·복권과 민주당의 전략공천 등 변수가 상당해 여야는 마지막까지 눈치싸움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 강세지역이나, 보수色 만만치 않아

서울 강서구는 민주당에 비교적 우세한 지역이면서도 국민의힘 색채도 만만치 않다. 현재 국회의원의 경우 강서구의 갑(강선우)·을(진성준)·병(한정애) 모두 민주당이 싹쓸이했다. 그러나 강서을 지역구는 18∼20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소속 김성태 전 의원이 내리 3선을 했다.


민주당이 2020년 총선에서 강서갑·을·병 지역구에서 전승을 거뒀으면서도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김 전 구청장에게 패한 것 또한 강서구의 정치적 특색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민주당에서는 벌써 13명이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민주당은 검증위원회 회의를 통해 도덕성 등을 검증한 뒤 후보군을 3~4명으로 줄일 방침이다. 그러나 이들을 대상으로 경선을 할지, 이들 중 한 명을 단수공천할지, 아니면 제3의 인물을 전략공천할지 여부는 아직도 미지수다. 최종 후보 결정 방식은 민주당 지도부가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與, 무공천 기류 속 최종 결정 ‘안갯속’

민주당이 공천을 망설이는 데에는 국민의힘이 어떤 전략을 들고나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번 보궐선거가 김 전 구청장이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무마 의혹을 폭로하면서 실형을 받아 치러지는 것이 부담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에서는 ‘무공천해야 한다’는 기류가 여전히 강하다.

국민의힘 당규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인하여 재·보궐 선거가 발생한 경우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당해 선거구의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공천 가능성을 완전히 닫은 건 아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11일 “무공천할 경우 김 전 구청장에게 죄가 있음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이는 지금까지 김 전 구청장에 대해 ‘공익 제보자’라고 강조했던 것을 우리 스스로 뒤집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지난 9일 김 전 구청장을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선 “우리가 공익제보자라는 걸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에 따라 김 전 구청장을 재공천하거나 최소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사법부 판결을 존중하면서도 무공천이라는 상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을 비롯해 야권 후보가 난립하는 것도 국민의힘을 유혹하는 요인이다.

與野 지도부 모두 패배할 경우 ‘휘청’

여야 지도부 모두 선거 결과에 대한 부담이 크다. 국민의힘의 다른 지도부 관계자는 “무턱대고 공천했다가 보궐선거에서 지면 당 지도부가 타격을 입지 않겠느냐”며 “그렇기 때문에 무공천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이 후보를 낼 경우 중량감 있는 인사로 판을 키우기보다 지역 민심에 밝은 현장형 후보를 내세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후보로 김진선 강서병 당협위원장이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강서구청 공무원으로 35년간 근무했으며, 이번 구청장 보궐선거에 도전장을 낸 상태다.

민주당도 본선에 대한 부담이 상당하다. 내년 4월 총선을 6개월 앞둔 상황에서 서울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진다면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당 내부의 공세가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총선을 앞두고 신당의 위력을 가늠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양향자 무소속 의원과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이 각각 주도하는 신당 준비 모임 ‘한국의 희망’과 ‘새로운 정당 준비위원회’는 직접 후보를 내거나 무소속 후보를 지원하는 방식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후보를 내지 않고 이들 신당과 연합해 후보를 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 수도권 의원은 “괜히 ‘제3세력’과 연대했다가 그들만 키워줄 수 있다”고 가능성을 낮게 봤다.

현수막 난립 두고도 여야 입씨름

이번 구청장 보궐선거는 선거법 개정 지연으로 인해 현수막 난립 피해를 겪는 첫 선거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선거법 중 현수막 설치 등과 관련한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지만 여야는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헌재가 제시한 대체 입법 시한인 7월을 넘겼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은 입법 공백을 초래하며 10월 선거를 무법천지로 만든 상황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체계·자구 관련 이견 때문에 무작정 법안 심의를 마무리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김영선 신용일 박민지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