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잼버리 커뮤니티 부스가 마련된 서울광장 앞 시청교차로에는 알록달록한 스카프를 맨 스카우트 대원들이 박수와 환호를 하며 등장했다. 이들은 아랍에미리트(UAE) 소속 대원들이었다. 흥이 난 대원들은 자국어로 노래를 부르거나 부스 앞 안내자들과 주먹인사를 하기도 했다. 이어 이들 대원은 서울시에서 무료 제공한 순환형 셔틀버스에 탑승했다.
제6호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전북 새만금을 떠난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은 이날부터 수도권 등으로 이동해 문화체험 활동을 하며 잼버리를 이어 나갔다. 전날 이동 및 숙소 배정 과정 등에서 일부 혼선을 빚었던 것과 달리 각국 대원들은 ‘코리아 잼버리’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서울광장 잼버리 커뮤니티 부스에는 각국 스카우트 대원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잼버리 대원들이 서로 교류하고 각종 체험프로그램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서울시는 부스를 운영했다.
한국어로 ‘스위스’가 적힌 스카우트 스카프를 목에 두른 스위스 대원들은 들뜬 모습이었다. 서울광장 분수에서 물이 나오자 신이 난 한 남학생은 소리를 지르며 분수 사이를 가로질러 뛰어다니기도 했다. 영국 노팅엄에서 왔다는 스카우트 대원 이지(14)양도 “(싸이의) ‘강남스타일’ 조형물을 봤다”며 “스타필드와 강남에 가서 쇼핑도 했다. 모두가 환영해 주고 있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그리스와 감비아 대표단 100여명은 경기도 파주 임진각을 찾았다. 비무장지대(DMZ) 평화관광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은 제3땅굴과 통일촌, 도라전망대를 둘러봤다. 대원들은 도라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북한 개성공단 등 북한 땅을 직접 살펴보며 신기해하기도 했다.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새만금을 떠나서도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시민들의 움직임도 이어졌다. 중구 명동 롯데백화점 푸드코트에 입점한 40대 이모씨는 13일까지 잼버리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스카우트 대원들에게 50% 할인해 주는 행사를 진행한다.
학창시절 보이스카우트 활동을 했다는 이씨는 “어릴 적 좋은 추억이었던 스카우트 활동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 같아 할인행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명동에 위치한 매장 특성상 외국인이 많다”며 “한국을 방문한 많은 외국인 학생에게 한국인의 정을 보여주고 싶다. 우리 집에 온 손님들이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자국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스카우트 대원들의 방문 예정 장소에 폭발물 설치 예고 신고가 접수되는 소동도 있었다. 이날 온라인에는 ‘국립중앙박물관과 남산타워를 폭파하겠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경찰이 현장조사를 진행한 결과 폭발물이나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덴마크와 노르웨이, 영국 등 스카우트 대원들은 예정대로 박물관을 견학했다.
한편 해외 현지에서도 각국 잼버리 대원들이 환대받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BBC 보도에 따르면 15세 딸이 이번 잼버리에 참여하고 있다는 섀넌 스와퍼는 “딸은 한국인들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친절하다고 말한다”며 “낯선 사람들이 대원들에게 다가와서 사과하고 ‘와줘서 감사하다’고 말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일부 매장은 스카우트 대원들에게 할인을 해주고, 일부 제과점은 케이크 등을 기부했다고 덧붙였다.
성윤수 김지애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