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이후 살인예고 글을 올린 작성자 상당수가 미성년자로 드러나면서 일부 10대들이 범죄를 ‘놀이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장난으로 올렸다’ ‘심심해서’ ‘주목받고 싶어서’ 등의 이유로 살인예고 글을 올렸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살인예고 글은 단순 ‘장난’으로 볼 수 없으며 국민 불안을 증폭하고 경찰력과 치안행정력을 적시에 쓸 수 없게 만드는 범죄”라며 강력대응 방침을 밝혔다.
대검찰청은 살인예고 글을 올린 이들 중 6명을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이 중 2명이 만 19세였다. 경찰청은 지난 7일 기준 총 살인예고 194건 중 34건이 10대 소행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10대들의 범죄 인식 수준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10대들이 폭력성에 대한 민감도가 매우 낮아져 있고, SNS 등을 통해 왜곡된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소년 범죄자들은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며 “‘징역 3년까지도 살 수 있다’고 말해도 ‘그게 뭔데’ 이런 반응”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살인예고 글을 올린 미성년자들이 ‘장난으로’ 올렸다고 한 대목도 우려스럽다”며 “이면에는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4일 경기 하남시 미사역 살인예고 글을 올린 중학생 A군도 경찰 조사에서 “사람들이 흉기난동을 보고 많이 놀라니까, 실제로 사람을 살해할 마음은 없었고 심심해서 장난으로 게시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의 사회·문화적 심리가 폭력에 관대한 것에서 나타난 부작용이라고 분석했다. 배 교수는 “범죄와 반사회적 행위를 놀이로, 일종의 새로운 경험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범죄라고 여기는 기준은 한 사회의 문화·심리적지수와 연결되는데, 그 기준이 낮아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성년자 범죄는 양적·질적으로 늘어나고 심화하는 추세다. 대검찰청 피의자 통계에 따르면 전체 강력범죄자 중 10대 비율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2018년 9.7%였던 10대 강력범죄 비율은 지난해 11.9%까지 늘었다. 정식 입건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훈방조치, 즉결심판 조치되는 경범죄도 증가 추세다. 경찰청 선도심사위원회 처분 현황에 따르면 2018년 3304건에서 지난해 4464건으로 늘어났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학업중단율이 높아지는 점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이번 서현역 칼부림 사건 피의자 최원종도 학업중단자였다”며 “학업을 중단한 10대들은 SNS 등 온라인을 통해 세상을 학습하면서 제대로 된 사회화를 이루지 못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윤호 동국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역시 “지금의 10대들은 과거 10대들이 접해보지 못했던, 나중에야 알게 되는 것들을 SNS를 통해 너무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며 “범행에 노출될 기회가 너무 많아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