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의 물 문제는 국민에게 가장 필요한 ‘복지’라는 개념으로 접근했으면 좋겠습니다. 가뭄·홍수 등 재난의 예방은 평상시에 해야 합니다. 그만큼 부처·기관 간 물 관련 정책을 조정하는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해진 시점입니다.”
배덕효 국가물관리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8일 국민일보와 만나 “위원회가 정책 조정자로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부터 제2기 국가물관리위 민간위원장을 맡은 배 위원장은 박근혜정부 때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 위원장을 지낸 ‘치수(治水) 전문가’다. 현재 세종대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가뭄, 홍수, 녹조 등 한국 사회가 당면한 물 문제들은 상당 부분 기술적·과학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봤다. 이를 뒷받침하는 건 정부 의지이며, 물 관련 정책만큼은 국민의 피해 및 고통을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 배 위원장의 시각이다.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는 물관리 정책을 조정·결정하는 최상위 위원회다. 2기 위원회는 지난 4일 1기 위원회의 ‘금강·영산강 보 해체·상시개방’ 결정을 취소하는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이는 지난달 20일 감사원이 ‘보 처리 결정 과정에서 위법·부당행위가 있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은 데 따른 조치였다.
배 위원장은 감사 결과가 나온 지 보름 만에 취소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위원회가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감사원이 2년 5개월간 조사한 보고서 내용이 타당한지 여부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통합 물관리를 이행하는 법적 토대를 구축한 1기 위원회의 역할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녹조처럼 해마다 논란이 반복되는 장기 미해결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가물관리위를 간략히 소개해달라.
“국가물관리위는 국가 물관리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설치됐다. 국가 물 관리의 기본원칙과 비전, 정책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고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의 수립·변경 등을 심의한다. 여러 부처에 흩어진 물 업무를 효율적으로 협의·조정하는 것도 위원회의 역할이다.”
-법정 최상위 물관리 기관으로서 존재감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위원회는 거시적인 정책 방향을 정하고, 세부 대책과 예산 집행 등은 부처에서 담당하는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만 2기 위원회는 보다 적극적으로 물 관련 이슈에 대한 해답을 찾아갈 계획이다. 지난 4월 심의·의결했던 ‘영산강·섬진강 유역 중장기 가뭄대책’도 환경부에 더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참여하도록 해 생활·공업·농업 용수를 아우르는 대책이 나올 수 있었다.”
-역할 수행을 위해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우선 환경부 계획 위주로 되어 있는 심의 대상을 관련 부처의 주요 물 관련 계획으로 확대해야 한다.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사무국도 필요하다. 물 분쟁 조정 결과의 법적 효력 근거 마련, 자체 조사·연구 확대를 위한 예산 증액 등 역할 재정립을 위해 필요한 부분을 논의해 갈 계획이다.”
-기후변화로 물 관리 업무의 중요성이 커졌는데.
“수해를 입은 국민의 고통은 단지 돈으로 보상할 수 없는 문제다. 재난 예방은 평상시에 해야 하지만 홍수가 끝나면 금세 잊혀져 예산이 제대로 배분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기후변화에 맞춰 댐 시설 등의 설계기준을 조정하고, 주민의 여가활동과 친수 공간 조성 등 새로운 목적을 더해 댐을 리모델링하는 새로운 관점도 필요하다. 물 문제는 국민의 복지 문제로 접근해 상시적으로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최근 보 처리 결정 취소로 비판도 많았다.
“위원회와 환경부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 위원회가 감사원 보고서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는 데에는 몇 달이 걸릴 사안이 아니라고 봤다. 특히 보 처리 결정을 그대로 둘 경우 감사 결과와 관계없이 정부가 보 해체를 계속 이행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해, 1기 결정을 우선 취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위원회의 취소 결정에 이어서 환경부도 4대강 보를 존치하고 정상화할 것임을 밝혔다.”
-4대강 논란이 이토록 오래 지속한 이유는.
“4대강 사업 효과에 대한 평가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모아 이루어져야 했는데, 그간 너무 정치적인 시각에서 바라보았다는 점이 안타깝다. 4대강 사업의 준설, 제방 정비, 16개 보는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 기상 조건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본류 이후 지천을 준설하지 않은 것은 반쪽만 수술을 받고 멈춰있는 것과 같다. 이제라도 정치적 판단보다는 당초 목적을 다하고 있는지 충분한 자료를 수집하여 평가하고 개선·보완해 가야 한다.”
-녹조로 인한 국민 우려도 여전한데.
“저는 녹조 문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원인 규명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 원인으로 꼽히는 비점오염원, 보에 의한 유속 정체, 기온 상승의 기여도를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녹조에 맞춘 보 운영 및 장·단기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위원회의 향후 활동 계획은.
“우선 보 개방 문제가 들어가 있는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빠르게 수정해야 한다. 올해 말까지 다른 유역에 대한 물공급 대책도 수립할 계획이다. 앞으로 지자체 간 물 배분 갈등과 조정 요구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무엇보다 녹조를 포함해 국민이 고통받는 물 문제를 해결하고 위원회 위상을 정립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