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지방자치단체들이 주도하는 관광 및 체험 프로그램으로 사실상 바뀌면서 스카우트 대원들을 수용한 8개 시·도에 비상이 걸렸다. 각 지자체 공무원들은 각국 대원들 이송부터 숙소 확보, 체험프로그램 마련까지 맡아 진땀을 흘려가며 밤새워 일을 처리해야 했다. 4만명이 넘는 대원들을 수용하게 된 지자체들은 잼버리 참가자들이 함께할 프로그램 개발, 숙소 및 식사 관리 등을 짜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전체 잼버리 참가자 중 10%가 넘는 5000여명을 떠맡은 경기도 용인시 공무원들은 사실상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 특히 잼버리 업무에 차출된 공무원들은 8~9일 이틀간 숙소 안내, 프로그램 동행 등을 하느라 밤늦게까지 뛰어다녔다. 한 공무원은 “정신없이 왔다갔다 하다보니 자정이 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기초자치단체인 용인시 행정력에 비해 너무 많은 잼버리 인원이 배정됐다는 얘기도 나왔다. 경기도 관계자는 “정부가 각 지자체 수용인원까지 정해서 내려보냈고, 도 차원에서 기초단체 사정을 감안해 인원을 배정할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인천시의 일부 부서는 팀별로 1~2명을 제외한 전원이 잼버리 프로그램에 동원됐다. 많은 공무원이 여름휴가에 들어간 데다 예산안 작성으로 바쁜 시즌에 잼버리 지원에 차출됐다. 특히 외국어가 필요한 부서에서는 차출에 따른 업무공백이 심각한 수준이다. 한 공무원은 9일 “초과근무수당은 전북에서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원들의 조기 퇴영과 분산 배치가 모두 갑작스럽게 결정되면서 대학 관계자들 역시 바쁘게 움직였다. 대전의 한 대학은 대원들이 탄 버스가 도착하기 1시간 전 숙소로 정해졌다는 연락을 받아 부랴부랴 준비했다. 당장 수백명의 점심식사를 구해야 했던 이 대학은 다른 지역의 패스트푸드점까지 수소문해 간신히 햄버거 수량을 맞출 수 있었다. 수도권의 한 대학 관계자도 “잼버리 대원 수백명이 갑자기 배정되는 통에 전 직원이 출동해서 군부대 훈련하듯 이들을 맞았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잼버리 대원들 숙박 및 체험프로그램 비용과 관련해 8개 시·도가 우선 예비비를 사용하면 정부가 재원을 보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자체는 식비, 숙박비, 체험활동비, 의료비, 생필품비, 교통비 등 참가자 지원과 행사 운영을 위해 예산을 사용할 수 있다. 행안부는 잼버리 참가자 식비의 경우 1일 1인당 5만원 이내에서 지역 상황에 맞게 책정할 수 있게 했으며 할랄음식 제공 등 특수한 경우 추가로 지출할 수 있도록 했다.
11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잼버리 폐영식 및 K팝 콘서트의 지원인력으로 공공기관 직원 약 1000명이 동원된다. 기획재정부는 각 공공기관에 잼버리 폐영식 및 K팝 콘서트 지원인력을 요청했다. 잼버리지원특별법에 따르면 조직위는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 행정·재정적 협조지원과 편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고, 해당 기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
다만 일부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들은 불만도 쏟아냈다. 한 지자체 직원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여름휴가차 여행을 예약했는데 위약금 물고 취소했다. 행사 망친 사람 따로, 뒤처리하는 사람 따로”라고 썼다. 공공기관 직원이라고 밝힌 한 직원은 “금요일 저녁에 인원을 차출해 강제 봉사활동을 하라고 한다. 공기업 직원이 5분 대기조냐”라고 썼다.
이동옥 행안부 대변인은 K팝 콘서트 등 잼버리 파행 수습에 공무원을 무리하게 동원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현재 행안부 및 지자체 공무원 등이 잼버리에서 여러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며 “K팝 공연에서도 행사 안내 등이 필요하겠지만 이 공무원들이 계속할지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에 맡겨진 프로그램 중 야외 활동은 10일 전면 중단된다. 실내 행사만 가능하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태풍 영향으로 10일에는 실내 활동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내일 태풍이 우리나라 정중앙을 통과하기 때문에 야외 활동을 못하게 하려고 한다. 내일은 실내 프로그램이 돼야 할 것 같다”며 “안전 주무부처 장관인 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전희진 강희청 김민 박재구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