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누락’ LH 5곳, 정성평가로 감리사 선정

입력 2023-08-10 04:06
경기도 오산시의 한 LH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철근 보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철근 누락으로 문제가 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10개 단지 중 절반이 감리사 선정 과정에서 정성평가가 당락을 결정지은 것으로 나타났다. 2~5개 업체로 구성된 감리사 컨소시엄 중 최소 한 개 업체 이상은 LH 퇴직자가 근무하는 곳이었다. LH 전관의 ‘이권 카르텔’이 감리사 선정 과정까지 깊숙이 개입한 정황으로 풀이된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LH로부터 받은 건설사업관리(감리) 채점집계표를 보면, 철근 누락으로 적발된 15개 단지 중 LH가 직접 감독한 5개를 제외한 10개 중 5개 단지에서 낙찰을 받은 업체가 정성평가에서 결과를 뒤집었다. 정성평가는 추첨을 통해 선정된 평가위원이 하는데, 당시에는 내부 위원도 평가위원에 포함돼 있었다. 발표와 면접 등으로 구성된 정성평가는 정량평가보다 객관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LH는 감사원 감사를 받던 2021년 8월부터 평가위원에 내부 위원을 배제했는데, 정성평가로 결과가 바뀐 사업들은 전부 그 이전에 선정돼 내부 위원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구조였다.

파주운정 A34, 남양주별내 A25 지구는 4개 컨소시엄 중 3개 업체가 정량평가에서 만점을 받았는데, 정성평가에서 당락이 결정됐다. 충남도청 이전 신도시와 양산사송 A-8, 파주운정 A23 지구는 정량평가는 낮았는데 정성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업체가 낙찰을 따냈다.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를 합산한 점수는 80%의 가중치로 기술능력평가 점수가 되는데, 이 점수가 낙찰을 좌우할 확률이 높다.

감사원은 지난해 6월 종합심사낙찰제 방식으로 체결된 계약 149건 중 139건이 LH 전관이 근무하는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철근 누락으로 문제가 된 10개 단지의 감리 낙찰을 따낸 컨소시엄은 적어도 한 개 이상의 업체가 전관을 영입한 곳이었다. 애초에 여러 업체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감리 계약 나눠 먹기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LH는 이날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아파트 10개 단지가 추가로 있는 것을 뒤늦게 확인해 철근 누락이 있었는지 조사에 나섰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작업 현황판조차 취합이 안 되는 LH가 이러고도 존립 근거가 있느냐”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