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서 발의된 ‘사법입원제’, 심리 형식화 우려로 폐기

입력 2023-08-10 04:06
신현영(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신장애인 가족단체,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함께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잇따른 흉기난동 사건과 관련해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정신질환자 입원을 법원이 결정하는 사법입원제는 앞서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심리 형식화 등 우려로 폐기됐다. 전문가들은 사법입원제를 도입하려면 전담법원 설치 등 충분한 자원 투입과 인권침해 우려 불식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법원은 앞서 사법입원제 도입 시 환자 보조인 선임에만 연간 최소 100억원가량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2018~2019년 20대 국회 당시 발의된 사법입원제 법안에 ‘입법 취지에 공감하지만 신중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냈다. 당시 법안은 환자 가족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운다는 지적을 받은 ‘보호의무자제도’를 폐지하고, 강제입원을 가정법원이 심사하게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현행법상 강제입원은 2명 이상의 보호자 신청과 서로 다른 병원 소속 2명 이상 전문의의 소견이 있어야 가능하다. 강제입원을 보호자와 의료진 책임으로 맡겨놓은 제도는 해외 선진국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독일은 강제입원 시 법원 사법심사를 거치게 하며, 프랑스도 인신보호판사의 명령을 통한 의료기관장의 강제입원이 가능하다. 한국에서는 강제입원 환자를 사후 심사하는 입원적합성심사위를 두고 있는데, 입원환자가 직접 의견을 진술할 기회가 제한된다는 지적도 있다. 서류심사 위주인 입원적합성심사위 대신 법원 대면심사를 진행하면 환자 권익이 더 보호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사법입원제 도입에는 충분한 자원 투입이 필요하다. 대법원은 최초 입원심사를 법원에서 맡게 되면 연간 10만건가량이 접수될 것으로 추산한다. 국선 보조인 선임이 필요한 경우엔 건당 10만원으로 잡아도 연간 최소 100억원이 필요하다. 대법원은 “판사, 집행·호송 인력 등의 충원도 필요하다”며 “각 의료기관에서 이송 인력·장비를 갖춰야 해 추가 비용 검토도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권침해 우려와 관련한 논의도 충분히 진행돼야 한다. 이동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입원제는 해외 선진적인 법안을 가져와도 되지만 기본적으로 불신 극복이 중요한 문제”라며 “제도를 원포인트로 고쳐서 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는 살인예고 글 등 공중협박 행위 자체에 대한 처벌 규정 신설도 추진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공공장소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흉기를 소지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근거 규정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