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상륙을 앞둔 제6호 태풍 ‘카눈’으로 항공편 등 교통편 결항과 대피명령이 이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기관들도 피해 최소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태풍특보와 급변풍특보가 발효 중인 제주공항은 9일 오후 사실상 항공편 운항이 멈췄다. 대한항공이 이날 오후 6시20분을 기점으로 제주를 오가는 출발·도착 항공편 전편을 결항하는 등 대부분 항공사가 결항 조치했다.
제주와 다른 지역을 잇는 바닷길도 끊겼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 제주해양수산관리단은 전날 오후 8시부터 도내 항만에 대한 폐쇄 조치를 내려 이날 여객선 운항이 전면 통제됐다.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도내 전 해안가에 대피명령도 내려졌다.
장마 때 많은 비로 인한 산사태 등 피해를 입은 경북도와 시·군은 인명피해가 없도록 사전 주민 대피명령을 적극 시행키로 결정했다. 경북도는 시·군에 미리 위험지역 주민에게는 강제 대피명령을 내리도록 했다. 포항시는 전날 태풍 북상에 맞춰 재해 약자 590명을 대상으로 대피명령을 내렸다.
비상시 주민 사전 대피를 위해 인명피해 우려 지역 83곳의 재해 약자 대피조력자를 지정했으며 연락체계도 구축했다. 도내 22개 시·군 재해 취약지역 3377가구 9858명에 대한 사전 대피계획도 수립했다.
포항과 울진에서 울릉을 오가는 여객선은 전날부터 전면 통제된 상태다. 경북 동해안의 어선 3261척은 피항을 완료했으며 소형어선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안전관리를 위한 인양작업을 하고 있다.
과거 태풍으로 인한 강풍·침수로 큰 피해를 겪었던 지역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는 높이 2m, 폭 200m 규모의 마산만 방재언덕 차수벽을 세웠다. 울산시는 과거 심각한 침수 피해를 겪은 태화·우정시장에 대형 화재 진압용으로 쓰이는 대용량 방사시스템을 설치하고 유사시 물을 퍼내는 데 쓰기로 했다.
수해를 경험한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수해복구 작업이 한창인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주민들은 하룻밤을 다시 노인회관에서 지내야 한다. 한 주민은 “아직 복구작업을 마치지 못해 태풍에 많은 비가 오면 산사태가 났던 주변 토사가 다시 마을로 휩쓸려올 우려가 있다”며 “주민들을 오늘 밤 경로당으로 대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2002년 태풍 루사 피해를 당한 강원도 강릉에서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한 주민은 “루사 때 온 시내가 물바다가 됐었다”며 “대비를 철저히 해 카눈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 안전을 위한 휴업·원격수업 등의 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10일 대구에서는 개학한 51개 중·고등학교 중 기숙사를 운영하는 4개 학교를 제외한 47개교가 하루 휴업한다. 경남도는 도내 모든 학교에서 원격수업을 진행한다. 부산시교육청은 10일 치러지는 2023년도 제2회 초·중·고졸 검정고시 응시생을 위해 1교시 입실 시간을 오전 8시50분까지로 연장했다.
최일영 기자, 전국종합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