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7~8월은 휴가 기간입니다. 이번 휴가에 저는 국제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가 선정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10곳 중에 단연 1위인 남극대륙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다녀왔습니다. 최근 불볕더위 속에서 잠 못 이루는 밤이 늘어가다 보니 피서지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시원함이었습니다.
남극의 빙하에서 뿜어내는 푸르른 빛은 찬란하기조차 했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이제 빙하 ⅓이 녹아내렸고 앞으로 20년 내외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곳이 됐습니다. 최근 언론 보도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지구 기후위기의 마지노선이라고 불리는 ‘1.5℃의 상승’까지 얼마 남지 않았단 것입니다. 기후위기시계상으로 약 6년 정도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창조질서는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마치 빙하가 꺼져 내리듯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오늘 성경 본문인 창세기 3장에서는 하나님의 창조 이야기에 이어 인간의 죄를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죄는 다름 아닌 하나님에 대한 불순종입니다. 뱀에 꼬임을 받아 하나님의 명령을 지키지 못했던 인간은 하나님 앞에 낯을 피하여 숨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정녕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인간에게 죽음과 멸망으로 단죄를 하시기보다는 ‘죄책감’과 ‘수치심’의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에게 구원의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심리 전문가 피파 그레인지(Pippa Grange) 박사는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심리학’에서 죄책감과 수치심을 구분합니다. 그는 죄책감을 넘어 마지막 회복의 길을 차단하는 수치심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수치심을 가려 주었습니다.
성경은 인간이 하나님과 같이 되고 싶어 하는 욕망이 가장 큰 죄의 원인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은 자신들의 자리를 넘어 하나님의 자리를 엿보며 바벨탑을 쌓고, 하늘 꼭대기까지 닿아 보려는 욕망을 서슴없이 분출해 왔습니다. 인간은 심판자의 자리에 앉고 말았습니다. 진실을 찾기보다는 욕망을 추구하는 데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인간은 마침내 자신들만의 리그를 만들고 선택적 정의를 마치 최고의 선(善)인 양 치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의 욕심으로 아마존의 ⅓이 사라지고, 탄소 중립의 국제적 약속은 국가 간의 욕심으로 사실상 파기되고 있습니다.
인간은 하나님께서 약속하셨던 영원한 삶조차 대체할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하며 하나님처럼 전지전능하듯이 행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과 같이 되고 싶어 하는 인간은 결국 거룩함을 잃어버린 채 멸망의 길에 다다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의 욕망으로 지구의 멸망은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여전히 이 세상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을 말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사랑 그 자체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구원의 길이 없는 곳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 주셨습니다. 우리에게 예수님만이 구원의 길이요, 진리요, 생명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인간의 똑똑함과 욕심과 탐욕으로는 차지할 수 없는 하나님 나라를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삶을 따라 불의한 세상을 향해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일에 극단적 선택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수치심을 걷어내기 위해서라도 극단적 행동을 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불편함을 선택하고, 우리의 일상의 편리함을 포기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네가 지금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 주님 앞에 우리의 수치심을 걷어내는 길인 것입니다.
이준모 목사(인천 해인교회)
◇이준모 목사는 인천 계양 해인교회의 담임목사인 김영선 목사와 부부 동역자로서 사회선교를 중심으로 지역 복음화를 펼쳐 나가고 있습니다. 사단법인 인천내일을여는집에서 지역 취약계층인 노숙인과 쪽방 주민 등과 함께 사회적기업을 만들어 섬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