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해석학(Biblical Hermeneutics)은 성서해석의 원리를 연구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학문이다. 해석학은 신들의 의지를 인간에게 알려 주기 위해 올림포스산에서 내려온 전령을 뜻하는 헤르메스(Hermes)를 어원으로 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부터 시작된 학문이다. 특별히 성서해석학은 자의적 성서해석을 막고, 개인의 행복을 넘어 공동체의 안전과 번영을 생각하며, 무엇보다 오독을 통해 이단으로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목회자 신학자 일반성도 가릴 것 없이 꼭 알아야 할 내용이다.
문제는 성서해석학이 어렵다는 것이다. 언어학 논리학 수사학 등 인문학적 지식이 필수다. 마르틴 루터, 장 칼뱅 등 종교개혁가들도 신학자이기 이전에 인문학자였기에 성서를 해석할 수 있었다. 단어의 의미, 은유와 비유 등 여러 해석법, 나아가 서사 구조까지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박정관(65·사진) 장로회신학대 연동교회 석좌교수의 ‘성서해석학’ 전면개정판은 이를 가급적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원래는 그렇지 않았다. 2018년 처음 나온 책은 해석의 기초와 원리 및 일상의 적용까지 다루느라 550쪽 묵직한 분량이었는데, 2023년판은 일단 양을 3분의 2로 줄였다. 성서해석학의 기본에 충실하면서 독자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각종 비유는 물론 시각 자료까지 배치했다. 원래 어렵고 복잡한 책을 쉽고도 간결하게 다시 쓰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학자가 자신의 지적 욕심들을 접어두고 성육신의 자세로 겸손하게 눈높이를 낮춰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우리의 인생을 ‘기차를 타고 뒤를 보면서 앞으로 가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시간과 기억을 묵상하다 보면 KTX의 역방향 좌석처럼 기차를 타고 뒤로 앉아 창밖을 내다보는 것이 인생임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사람은 오직 지나간 광경만을 보게 되지만, 그럼에도 지나간 것을 통해 다가올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고 전한다. 기차 창밖에 지표면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산이 다가옴을 짐작하고, 집이 보이기 시작하면 마을이 나타날 것을 예상하는 식이다. 이런 과거에 일어난 일과 같은 유형의 일이 다시 일어날 수 있기에, 또 하나님이 과거나 지금이나 활동하시기에 박 교수는 여전히 성경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은 시간을 뜻하는 단어 크로노스와 카이로스를 통해 일반화의 오류를 설명한다. 크로노스는 그냥 시간이고 카이로스는 결정적 시점이라고 편하게 말하는데, 실제 성경 용례 상은 거의 구분되지 않기에 지나친 일반화라고 지적한다. 삼위일체 단어를 통해 일차어와 이차어의 구분법을, 찬양이란 번역어를 통해 원래 가진 의미가 노래로만 축소되는 사례도 분석한다. 구조주의 언어학과 수사학과 서사학의 관문을 통과하는 일은 결국 성경을 제대로 해석해 제대로 된 설교를 하고, 거기서 교회와 신앙 활동의 원리를 찾아내기 위함이다.
박 교수는 서울대 영어영문학과와 대학원에서 문학 언어학 철학 등을 공부했다. 이후 장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배우며 예배 운동과 문화 운동에 30대를 바쳤다. 40대엔 미국 프린스턴 신학대학원, 하버드대에서 성서학 조직신학 고대근동학을 공부했고, 최종적으로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신학과 해석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문화연구원 소금향 원장으로 재직 중이며 해석학을 성경 본문에 적용한 책을 계속해서 출간할 예정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