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정체기 극복 돌파구… 로봇산업 뛰어드는 이통3사

입력 2023-08-10 04:04
게티이미지

이동통신사들이 ‘로봇’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5G 가입회선의 성장 속도가 둔화하면서 위기감이 커지자 로봇을 하나의 ‘모바일 산업’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안정적 성장을 이끌 미래 엔진으로 로봇을 선택한 것이다.

국내 이동통신 3사는 활발하게 로봇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로봇을 일종의 ‘모바일 디바이스’로 규정한다고 9일 밝혔다. 지난해 9월 LG전자 서빙 로봇 클로이를 통해 서빙 로봇 시장에 진출하면서다. 최근에는 국내 1위 서빙 로봇 기업 브이디컴퍼니 등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도 했다. 식당에 서빙 로봇을 보급하고 소상공인 전용 통신상품과 CCTV, 매장 자동화 솔루션 등을 동시에 구축하도록 유도하면 이동통신 서비스 고객을 새로 유치하는 효과를 얻는다.

LG유플러스는 로봇 사업을 서빙뿐만 아니라 물류 분야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LG유플러스의 5G 통신망 및 플랫폼에 유진로봇이 개발한 자율주행 로봇 ‘고카트’를 접목한다는 계획이다. 리서치앤마켓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물류 로봇 시장 규모는 지난 2020년 25억9000만 달러(약 3조4000억원)에서 2027년 109억7000만 달러(약 14조300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연평균 22.9% 성장세다.


KT는 로봇 사업을 ‘서비스’로 정의하고 ‘딜리버리 체계’ ‘로봇 플랫폼’에 집중하고 있다. 서비스 로봇의 보급 확산과 시장 성장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딜리버리 체계는 로봇 도입부터 현장 컨설팅,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고객을 지원하고 불편을 해소하는 것이다. 로봇 플랫폼은 AI 통합관제, 서비스 지능화, 핵심기술 확장성이 특징이다. 수천대의 로봇에서 초 단위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운영을 최적화한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로봇 사업에 초점을 맞췄다. 로봇 제조업체 뉴빌리티, SK그룹 보안전문회사 SK쉴더스와 협업해 자율주행 순찰로봇 개발·사업화에 집중하고 있다. 자율주행 로봇이 지정구역을 살피고 특이상황을 감지하면 관제센터에서 보안요원을 출동시키는 서비스다.

이동통신사들이 로봇에 주목하는 건 로봇이 무선 네트워크를 필요로 해서다. 단순히 로봇을 제조하는 것만으로는 자율주행 등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이동통신사가 로봇의 사용 환경에 맞춰 네트워크를 조성하는 게 필수다. 이동통신사로서는 휴대전화나 자동차가 사용하는 회선 외에 추가로 디바이스를 확보하는 셈이다.


또 로봇의 자율주행 맵을 생성하고 실시간 관제까지 해주는 종합 솔루션까지 보급할 수 있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로봇을 동시에 효율적으로 제어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5G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로봇 보급이 늘어나면 이동통신사의 인프라 활용도가 높아진다. 5G 가입회선을 자연스럽게 확장하는 안정적인 매출원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 글로벌 이동통신사들도 로봇을 주요 사업으로 내세웠다. 일본 NTT 도코모는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한 사람의 동작을 로봇이 실시간으로 따라 하는 ‘모션 셰어링’ 기술을 선보였다. ‘초고속·대용량·초저지연’이라는 통신 기술을 갖춘 이동통신사가 로봇 산업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프랑스 오렌지 텔레콤도 사족보행 로봇 개를 확장현실(XR) 공간에서 제어하는 기술을 공개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