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날릴 강풍… 숨죽인 태풍전야

입력 2023-08-09 04:09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 중인 8일 오후 경북 포항 동빈내항이 태풍을 피해 항구로 들어온 선박으로 가득 차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카눈은 10일 오전부터 11일 새벽까지 우리나라를 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제6호 태풍 ‘카눈’이 9일 오후 제주도와 남해안을 시작으로 전국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남해안 일대에는 달리는 트럭이 넘어질 수 있을 정도의 강풍이 불겠고, 강원영동에는 올여름 장마철 전체 강수량에 맞먹는 비가 사흘간 쏟아질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태풍 대비상황 긴급점검회의를 주재하는 등 범정부적인 대책 마련도 본격화됐다.

8일 기상청에 따르면 카눈은 9일 오후 서귀포 동남동쪽 약 210㎞ 부근 해상을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한반도에 영향을 끼치겠다. 제주도에는 초속 25~35m, 남해안 일대에는 초속 40m 안팎의 강한 바람이 불겠으며 파도의 높이가 8m 이상으로 치솟는 곳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에는 9일 오후부터 태풍특보 발효가 예상된다.

카눈은 강도 ‘강’을 유지한 채 10일 오전 9시 경남 통영에 상륙하겠다. 10일 새벽부터는 전남과 경남에 초속 25~35m의 강풍이, 오전부터는 충청권과 경기남부에는 초속 20~30m의 거센 바람이 불겠다. 오후 9시에는 서울 동쪽 약 30㎞ 부근까지 접근할 전망이다.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40m에 이르면 주행 중인 트럭과 나무, 전신주, 가로등 등이 넘어질 수 있다. 초속 25~30m의 바람이 불면 보행자가 사물을 붙잡지 않고 서 있기 어려우며, 초속 15m만 돼도 바람을 향해 걷기 힘들다.

카눈의 영향으로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리겠다. 수도권에는 80~120㎜, 강원영동에는 200~400㎜, 강원영서에는 80~120㎜, 충청·전라·경상권과 제주에는 100~200㎜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하겠다. 특히 강원영동 내 일부 지역에 시간당 100㎜를 넘는 비가 내려 사흘간 누적 강수량이 600㎜를 넘어서는 곳도 있겠다. 올여름 장마철 한 달간 전국 강수량 평균인 648.7㎜와 엇비슷한 양이다. 수도권 일부 지역에는 150㎜가, 경상권해안 및 경북 일부 지역에는 300㎜가 넘는 비가 올 수 있다. 카눈은 이동 속도가 느려 기존 태풍보다 더 오래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겠다.

용산 대통령실 위기관리센터에서 진행된 점검회의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19개 부처 장관과 청장, 17개 시도단체장, 대통령실 참모들이 대면 및 화상으로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재난 피해를 줄이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지역에 대한 선제적 통제 조치와 위험지역으로부터의 신속한 대피”라고 당부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오후 5시를 기해 위기경보 수준을 경계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중대본 비상대응단계도 최고 단계인 3단계로 상향했다.

김재환 장은현 정현수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