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퇴영 아쉽지만 새 프로그램 기대… 이런 게 잼버리 정신”

입력 2023-08-09 04:07
제6호 태풍 카눈 북상 예보에 따라 8일 오전 전북 부안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지 주차장에 비상 대피 지원 버스들이 줄을 지어 대기하고 있다. 잼버리에 참가한 세계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은 태풍 카눈 북상 소식에 이날 새만금에서 철수했다. 연합뉴스

“Hello, Thank you(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기숙사 앞에 버스 5대가 줄지어 도착했다. 밝은 표정으로 버스에서 내린 이들의 팔과 어깨에는 햇볕에 그을린 자국이 선명했다. 이날 오전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출발한 스위스 스카우트잼버리 대원들이었다. 차례차례 버스에서 내린 이들은 몸 앞뒤로 가방을 메고 기숙사로 향했다.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에도 비슷한 시간, 대만 국적 스카우트 대원 552명을 실은 버스 15대가 도착했다. 학교 측에서 나눠준 마스크를 착용한 대원들은 지친 기색 없이 밝은 표정으로 버스에서 내렸다. 시립대 중국어과 학생들이 버스 1대당 1~2명씩 붙어 안내와 인솔을 도왔다. 학교 대강당으로 이동한 대원들은 신기한 듯 휴대전화를 이리저리 돌리며 내부를 촬영하기도 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참가한 세계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이날 오전 새만금을 출발해 서울과 경기 등 전국으로 흩어졌다. 갑작스러운 장소 변경이었지만 우려했던 숙소 대란은 없었다.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도 돌발적인 일정 변경을 ‘잼버리 정신’으로 받아들였다. 챠오웨이엔 대만 스카우트 지도자는 “세 번째 잼버리 참여인데 원래 잼버리 정신이 이런 것이지, 어려움이나 고생했다고 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스위스에서 온 코라야(23)씨는 “조기 퇴영해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태풍이 오고 있어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잼버리 개회 전에 홍대와 명동 등 관광을 했는데 전반적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조기 퇴영한 영국 대원들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 연합뉴스

앞서 지난 7일 조기 퇴영한 영국 대원들은 서울·경기에서 잼버리 활동을 계속했다. 영국 대원 800여명은 이날 오후 4시쯤 청와대를 방문해 청와대 본관과 정원, 역대 대통령과 관련 전시 등을 둘러봤다. 경기 파주시 적성면 설마리 영국군 추모공원을 찾아 6·25전쟁 당시 설마리 전투에서 중공군을 상대로 피를 흘렸던 참전용사를 추모하기도 했다. 오후에는 서울 잠실야구장을 찾아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를 관전하거나 서울 중구 명동을 관광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외에도 전국 각지로 흩어진 스카우트 대원들은 남은 4박5일간 지방자치단체별로 진행되는 전통문화 체험 등 문화·관광 프로그램을 통해 잼버리를 이어 나간다. 경기도 내 숙소 64곳으로 이동하는 88개국 대원 1만3568명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 등을 둘러보는 관광 프로그램 등에 참여할 예정이다. 충남에서는 18개국 6274명을 위해 지난 6일 막을 내린 보령머드축제의 ‘머드마사지 셀프존’이 3일간 무료로 연장 운영된다.

서울시도 잼버리 지원에 나섰다. 서울시는 스카우트 대원들에게 시내 주요 관광지를 잇는 순환형 셔틀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서울광장을 기점으로 순환하는 이 버스는 경복궁, 인사동, 대학로 등을 오간다. 서울 시내 주요 관광시설을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울관광패스(디스커버서울패스, DSP)도 신청을 통해 30% 할인된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

K팝과 K-뷰티 등 한류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활동도 마련한다. 마포구 합정동 YGX 본사에서는 K팝 댄스 클래스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종로구 청진동 롤파크에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게임 팬을 위한 투어 프로그램이, K-뷰티와 관련해서는 아모레퍼시픽 본사 탐방도 진행된다.

성윤수 정신영 김재환 기자, 인천=김민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