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고 쑥쑥 크는 스타트업 생태계

입력 2023-08-09 04:03

스타트업 생태계에 협업이 늘고 있다.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서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헤쳐나가기도 한다. 선배 창업가가 후배 창업가에게 경험,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페이 잇 포워드’(pay it forward) 문화도 자리 잡는 분위기다. 어떻게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졌을까.

8일 스타트업계에 따르면 창업자 커뮤니티가 정보 공유, 친목 도모 활동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드는 창구로 확장되고 있다. 눈에 띄는 협력 사례는 모바일 부고 서비스 ‘추모’와 화훼 스타트업의 협업이다.

‘추모’를 운영하는 비아이컴퍼니는 화훼 종합 플랫폼인 ‘플라시스템’과 2020년 손을 잡고 ‘추모’의 모바일 부고장에서 플라시스템의 근조화환을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협업의 성과는 매출 증가로 확인된다. 비아이컴퍼니는 협업 서비스 출시 이후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2021년 매출이 10배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배 이상 매출을 올렸다. 플라시스템의 2020년 매출은 전년 대비 20%가량 상승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전통인 페이 잇 포워드 문화도 확산되고 있다. 페이 잇 포워드는 유니콘 기업이 된 선배 스타트업 창업가가 후배 창업가에게 자금을 투자하거나 노하우를 공유하는 문화다.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는 지난해 폐기물 문전 수거 서비스 ‘오늘수거’의 어글리랩에 전략적 투자를 했다. 일반 가정이나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처리하는 오늘수거의 사업이 공간 문제 해결이라는 측면에서 버킷플레이스와 공통점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엔데믹 이후 종료 위기에 빠진 비대면 진료를 이어가기 위해서도 스타트업 대표들이 뜻을 모으고 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 내 선후배 창업가인 코스포 의장인 박재욱 쏘카 대표를 필두로 김봉진 전 우아한형제들 의장,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 등이 ‘지켜줘챌린지’에 동참하기도 했다.

코스포는 2020년부터 후배 스타트업 창업가 육성 프로그램 ‘아윌비빽’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초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피칭데이와 선정된 스타트업에 경영 컨설팅을 지원 중이다.

스타트업 리더십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백종화 그로플 대표는 “스타트업은 전문가, 지식, 경험이 부족한 집단이다.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외부의 ‘선배’ 창업가에게 지식, 경험, 네트워크를 전수 받는다”며 “많은 창업가들이 스타트업 생태계가 커지기 바라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스타트업이 꼭 연대할 필요는 없지만, 함께 해 더 다양한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