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하나님의 일터] “다문화TV, 의무재전송 채널 선정 눈앞… 순종의 결과”

입력 2023-08-12 03:05
다문화TV 장영선 전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다문화TV 사무실에서 다문화TV의 시대적 필요성, 대표에서 물러난 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케이블방송 ‘다문화TV’가 모든 종합유선방송에 의무적으로 편성될 전망이다. 다문화TV를 의무재전송채널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방송법 일부 개정안을 여야의원 23명이 공동으로 발의했으며 오는 10월 국회 본회의 처리가 유력한 상황이다. 한국 국적의 국내 다문화인 가족은 112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2%를 차지한다. 외국인 이민자는 300만명을 넘어섰다. 여야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다문화인 복지를 위한 채널이 꼭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2016년 7월 개국한 다문화TV는 2850만 가구가 시청하고 있으며 케이블방송 300여개 중 시청률 기준 113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문화인의 한국 정착을 돕는 다큐 ‘당신의 두 손으로’는 케이블방송 외 유튜브에서도 200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다문화인을 위한 모금방송을 해 큰 호응을 얻었다.

다문화인을 위한 다문화TV 모금방송 화면.

다문화TV가 이처럼 자리를 잡은 데는 설립자 장영선(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 전 대표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장 전 대표는 지난 4일 주주총회를 끝으로 갑자기 물러났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다문화TV 사무실에서 그 이유부터 들었다.

“본래 임기가 올해 3월까지였고 연장을 두고 재정 후원자 HMG그룹과 약간의 갈등이 있었어요. 방송의 정체성이 수익성이냐, 공익성이냐를 놓고 의견이 갈렸습니다. 그 와중에 하나님은 ‘너는 국회로 가서 의무재전송채널 되는 데 힘써라. 이것이 마지막 사명’이라고 말씀하셨고 저는 순종했습니다. 이번 주총의 결과는 그 갈등에서 비롯됐습니다.”

장 전 대표는 그동안 ‘세상에 빛을 비추는 의무재전송채널이 되게 해달라’고 끊임없이 기도해왔다. 그래서 그가 퇴임한다고 하자 주변에서 크게 안타까워했다. “저도 섭섭합니다. 사재까지 털어 넣었는데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나왔어요. 하지만 지금은 순종할 때라고 확신합니다. 지금도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다문화TV를 통해 ‘장사꾼은 돈을 벌고 경영자는 사람을 벌고 기업가는 시대를 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장 전 대표는 지난 7년을 돌아보며 중요한 시기마다 하나님께서 말씀을 주셨다고 했다. 다문화TV의 설립 목적은 마태복음 5장 16절(“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이다. 다문화TV가 기독교 방송은 아니지만 바탕은 기독교다. 창립 초기엔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가, 지금은 성령교회 엄기호 목사와 여의도순복음교회 최한수 장로가 큰 힘이 되고 있다.

빌립보서 4장 6절(“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은 다문화TV의 재원 때문에 기도할 때 받았다. 장 전 대표는 글로벌펀드인 GEM 한국투자법인 대표로 있다가 다문화TV의 대주주로 경영까지 맡았다. 이 말씀을 듣고 그는 자기 것을 먼저 내놓았다. 수십억원 가치의 서울 여의도 CCMM빌딩의 예식장 지분을 전액 무상으로 다문화TV에 증여했다. 7년간 한번도 제대로 쉬지 않았다.

고린도전서 3장 6절(“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되 오직 하나님께서 자라나게 하셨나니”)은 지난 7년 과정을 담고 있다.

“의무재전송채널로 거론되기 전까지 공익채널로 3번 선정됐어요. 이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일입니다. 여기에는 큰 재정을 후원하고 1대 주주가 된 HMG그룹의 김한모 회장이 있었고 다양한 후원 주주들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하나님이 자라게 하셨습니다.”

상정된 법안은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고생했다고 하시더라”며 “가나안 땅을 바라봤지만 들어가지 못한 모세처럼 법안 통과까지가 너의 사명이라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것만으로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제2기 경영을 이끌어 갈 대표는 HMG그룹의 강종신 관리부문 전무이사다. 새 대표에 대한 덕담도 했다. 그는 “그동안 다문화와 관련된 이들을 수천명 만났다. 그 만남과 소통이 오늘의 다문화TV를 만들었다”며 “시간과 열정, 에너지를 쏟아 다문화인들과 호흡하다 보면 통찰을 얻게 된다. 단순한 오락방송이 아니라 다문화 복지방송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장 전 대표는 인하대에서 다문화 정책 관련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7명의 다문화 민간자문위원 중 한 사람이다. 또 국회 소속 비영리 사단법인 한국경제사회연구소 이사장이다. 고 장인상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의 신앙을 이어 2014년 장립된 그는 여의도순복음교회 북미캐나다 선교회장에 이어 순복음실업인선교연합회 해외선교 부회장을 역임했다. 장 전 대표는 “인생의 후반전을 하나님께서 어떻게 이끌어 가실지 기대된다”면서 “지면을 빌어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그동안 다문화TV를 위해 도와주신 가톨릭 천태종 원불교 관계자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