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몽골 쿠바… 4년 만에 다시 열린 해외선교·봉사… 현장서 배운 키워드는 ‘리셋·재확인·리트릿’

입력 2023-08-09 03:03
팬데믹에서 엔데믹 시대로의 전환기를 맞으면서 대다수 한국교회가 4년여 만에 단기선교와 아웃리치(지역 교회와 주민을 위한 봉사활동) 사역을 재개했다. 올여름 해외 선교지를 누빈 공동체들은 준비 과정과 사역 현장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최근 단기선교를 다녀온 교회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세 가지 키워드(3R)로 요약할 수 있다. 바로 ‘리셋(reset)’ ‘재확인(reconfirm)’ ‘리트릿(retreat)’이다.

서울광염교회(조현삼 목사) 일본 단기선교팀이 제작한 캐리커처 기도제목 엽서를 받은 일본 성도(가운데)가 지난달 28일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서울광염교회 제공

서울광염교회(조현삼 목사) 성도들은 지난달 일본 몽골 쿠바에서 해외 단기선교 사역을 펼쳤다. 일본 선교 여정을 인솔한 이인수 목사는 지난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는 기존에 진행했던 선교 사역을 토대로 살을 붙이듯 접목했다면 올해는 완전히 ‘제로 베이스’에서 준비했다. 그만큼 선교 환경에 변화가 컸고 팬데믹 기간 희미해졌던 선교 감각도 재정비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셧다운’됐던 예배당에서 대면예배가 재개됐을 때 성도들이 느꼈던 감격은 선교 현장에서도 그대로 재현됐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780㎞ 떨어진 홉스골 지역에 다녀온 이상민 목사는 “팬데믹 기간 굳게 닫혔던 선교의 문이 다시 열리면서 현지 성도들도, 그 지역을 찾아간 성도들도 선교 사역의 소중함을 확인한 시간”이라고 했다.

서울 서현교회(이상화 목사) 일본 미션 트립팀이 지난달 29일 나바리시 쿨리스 채플 수양관에서 일본 성도들과 소그룹 모임을 진행하는 모습. 서현교회 제공

팬데믹을 관통하는 동안 예배와 공동체성 회복의 핵심 요소로 주목받은 소그룹 공동체의 중요성을 선교 현장에 접목하며 사역 비전을 재확인한 공동체도 있다. 서울 마포구 서현교회(이상화 목사) 성도들은 지난달 26일부터 6박7일간 일본의 고베 신코교회(하카마타 야스히로 목사)에서 미션트립을 진행했다.

선교팀을 이끌었던 정현 목사는 “국민성 자체가 개인화돼 있고, 예배 후 교제나 일상 나눔에 관심이 없다시피 한 일본 성도의 특성을 고려해 ‘신앙생활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란 메시지를 전하는 데 집중했다”고 소개했다.

이들의 전략은 기막히게 통했다. ‘우리는 교회입니다’를 주제로 연 수련회에서 성도를 6~7명으로 그룹짓게 하고 주어진 질문에 서로의 생각과 삶을 나누도록 독려했다. 정 목사는 “오전과 오후 각각 2시간씩 소그룹 모임을 가지면서 처음엔 개인적 이야기를 꺼내기 부담스러워하던 성도들도 조금씩 마음 문을 열기 시작했다”며 “일본 복음화의 희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교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는 성도들 사이에 ‘리트릿’이 이뤄지며 자기 신앙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사역을 준비하는 모습도 활발하다. 서울광염교회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해외 선교’ 관련 글과 사진이 공유되고 있다. 이상화 목사는 “오는 12일에는 해외 비전트립은 물론 국내 선교에 참여한 성도들과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선교에 대한 새로운 토대를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