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63개국의 국제사회 속 인재 유치 ‘매력도(Appeal)’를 측정한 결과 한국이 49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이 해당 국가의 인재가 될 가능성 등을 여러 지표로 따진 것인데, 이 순위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지난해 세계인재경쟁력순위(World Talent Ranking) 보고서를 통해 공개했다. 인구절벽 문제를 풀기 위해 외국인 유치를 강조하지만 그에 앞서 고급 산업인력의 발길을 끌 만큼의 근로·생활환경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IMD는 지난해 인재경쟁력순위 보고서에서 한국을 평가 대상 63개국 가운데 38위로 평가했다. 한국은 총 3가지 평가항목 가운데 투자·개발(31위), 준비성(38위)에서 중위권을 차지했으나 매력도 항목에선 49위로 처졌다. 이는 선진국인 미국(4위) 독일(7위)은 물론 일본(27위) 말레이시아(35위)보다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국제 인재들 관점에서 한국의 매력은 요르단(48위) 슬로바키아(50위) 중국(52위) 정도와 견줄 만한 것으로 드러났다.
IMD는 매력도 항목을 “해당 국가 경제가 외국인을 끌어들이고 지역 인재로 보유하는 정도”라고 설명한다. 이를 평가한 성적이 49위라는 건 일종의 한계 발견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 정부가 저출생·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외국인 유입을 고심해온 시간도 짧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인력정책과 인구정책은 이제부터라도 구분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간은 당장의 노동력 충당을 위해 저임금·저숙련 노동자에 초점을 맞췄고, 미래 산업구조 변화까지 고려한 장기적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는 반성이다.
IMD가 국내 기업 관계자들의 응답을 받아 평가하는 한국의 매력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한국의 매력도는 2018~2019년 41위였고 2020년엔 36위였으나 2021년 41위로 다시 떨어졌다. ‘글로벌 인재’들이 다른 나라를 제쳐두고 한국행을 택할 유인이 뚜렷지 않은 셈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본 싱가포르와 임금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매력도를 높이지 않으면 인재들이 굳이 한국에 올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의 매력도가 49위로 매겨진 데 대해 “한국이 이민국가는 아니었다”며 “‘고급 인력’일수록 한국에 오래 있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국민일보가 IMD의 보고서 작성에 활용된 세부지표를 모두 입수해 확인한 결과 한국 인재경쟁력 하락에는 과세 등 규제, 환경적 문제, 실생활 불편 등이 두루 작용하고 있었다. IMD는 세계 각국이 제출한 통계자료 등 정량지표, 해당국 근로자의 설문조사 결과 등 정성지표를 바탕으로 매년 국가 매력도를 산정해 발표한다. 한국의 경우 대한상공회의소가 회원사들로부터 외국인을 포함한 기업 구성원의 설문조사 응답을 모은 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을 통해 IMD에 제출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