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한가운데 위치한 잠비아의 수도 루사카에서 남서쪽 200㎞가량 떨어진 마고예에 무틴타(12)의 집이 있다. 부모 없이 할머니와 사는 무틴타는 세 명의 동생 네스터(8) 한디야(6) 카불로(4)를 돌보는 가장이기도 하다. 몸이 아픈 할머니를 대신해 이웃집 사람들에게 물을 길어다 주고 요리를 해주면서 적은 돈을 받아 생계를 꾸리고 있다.
무틴타의 희망을 함께 품다
지난 3일(현지시간) 권종오 안락제일교회 목사와 월드비전 모니터링팀이 무틴타를 찾았다. 무틴타를 만나러 가는 길은 마고예 시내에서도 비포장도로를 한 시간 이상 달려야 했다. 아프리카의 겨울, 대다수가 털모자를 쓰고 패딩을 입고 있는 날씨에 무틴타와 가족들은 얇고 낡은 옷을 걸친 채 흙바닥에 앉아 있었다.
“무틴타, 목사님이 네가 보고 싶어서 한국에서 이틀을 걸려 날아왔어.” 어린 동생들은 낯선 이들의 방문에 금세 안기며 신이 났지만 무틴타는 권 목사의 다정한 말에도 표정이 없었다. 동생들 돌보기가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힘들다”는 대답만 짧게 돌아왔다. 어린 소녀의 어깨에 지워진 삶의 무게가 무거워 보였다.
학교에 다녀야 할 나이지만 무틴타는 학교에 간 지 오래됐다고 했다. 일과 집안 살림을 하느라 시간도 없는 데다 교복과 학용품 등을 살 돈도 부족해서다. “나중에 커서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묻자 “요리사”라고 답했다. “할 줄 아는 게 요리밖에 없어서”가 이유였다. “부모님이 계셨으면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 텐데…”라는 답변이 이어졌다. 안타까운 마음에 권 목사가 “무틴타, 너는 되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될 수 있어. 목사님이 기도하고 도와줄 거야”라고 하자 그제야 희미한 미소를 보였다.
동생들은 권 목사가 한국에서부터 들고 간 옷과 학용품들에 신이 났다. 무틴타도 분홍색 원피스를 입혀달라고 하더니 조금씩 표정이 밝아졌다. “멀리서 저를 보러 와주셔서 감사해요.” 무틴타는 권 목사를 꼭 껴안았다.
‘미래 파일럿’ 임마누엘과의 약속
정용달 신흥교회 목사는 다른 마을에 있는 임마누엘(10)을 만났다. 임마누엘은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흙으로 만든 벽에 마른 짚으로 대충 지붕만 덮어놓은 집은 비만 오면 물이 들어찬다고 했다. 임마누엘은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불편한 구두를 신고 있었는데 그마저도 밑창이 떨어져 있었다.
“사진으로 먼저 임마누엘을 보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왔는데 실물이 훨씬 귀엽고 예쁘네.” 정 목사의 말에 임마누엘은 수줍어서 아무 대답도 못 했다. 좋아하는 과목이 있냐고 묻자 땅을 보며 “수학을 제일 좋아한다”고 답했다. 학교는 임마누엘의 집에서 7㎞ 떨어진 곳에 있는데 걸어서 2시간이 걸린다.
임마누엘의 할머니는 도어매트를 만들어 팔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임마누엘 가족이 한 달에 필요한 돈은 100콰차로 우리 돈 약 7000원 정도지만 그 절반밖에 벌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 목사는 “너무 적은 돈인데 그것마저 없어서 끼니도 제대로 때우지 못하는 게 참 마음이 아프다”면서 “앞으로 임마누엘이 잘 먹고 공부도 잘 할 수 있도록 후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마누엘에게 커서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묻자 “파일럿이 되고 싶다”고 했다. 제대로 비행기를 본 적도 없을 테지만 푸른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꿈을 꾸고 있었다. “나중에 임마누엘이 조종하는 비행기 꼭 태워줘야 해.” 정 목사와 임마누엘은 서로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잠비아 위해 성도들과 마음 모을 것”
잠비아 마고예를 10년째 돕고 있는 월드비전은 무틴타와 임마누엘과 같은 아이들을 위한 교육사업, 식수 지원 사업, 보건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에 건물과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권 목사와 정 목사는 월드비전이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있는 바나카일라학교와 문즈웨학교도 방문했다. 각각 640여명과 1100여명에 달하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제대로 된 교육과 사랑을 받는 아이들은 밝고 명랑했다. 영어를 배우고 있다며 자랑스럽게 교과서를 읽는 아이도 있고 카메라만 보면 뛰어와 얼굴을 내미는 아이도 있었다. 권 목사와 정 목사는 바나카일라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점심을 대접하며 따뜻한 마음도 함께 나눴다.
“잠비아 땅에 하나님의 마음이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잠비아 아이들이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것을 계속 느낄 수 있도록 성도들과 함께 마음을 모을 것입니다.” 안락제일교회와 신흥교회의 잠비아를 향한 사랑은 한국에서 다시 시작된다.
마고예(잠비아)=글·사진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