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들의 정신질환 전력이 확인되면서 정신질환 치료체계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강제입원을 까다롭게 한 현행법이 오히려 가족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과하고 치료 타이밍을 놓치게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만성 정신질환자를 국가가 치료·보호·관리하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7일 “환자가 제때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인권인데 환자를 방치하는 현행 제도는 오히려 반인권적”이라며 “사법입원제 도입을 위해 충분한 전문의 풀 구성, 사법입원 전담 법원 설치, 환자 인권침해 관련 보건복지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계와 법조계에서는 2017년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은 가족과 의사에게 입원치료 책임을 떠넘긴 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신건강복지법상 강제입원에는 2명 이상 보호의무자의 신청과 서로 다른 병원에 소속된 2명 이상 전문의의 입원 치료 소견이 필요하다.
이동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강제입원 절차에서 가족, 의료진이 윤리적·법적 책임을 져야 해 제도가 잘 작동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2019년 조현병이 심해져 경남 진주 아파트에서 주민들을 찌른 ‘안인득 사건’ 때도 “더는 환자 가족에게 모든 짐을 부여해선 안 된다”며 국가 책임 강화를 강조했었다.
전문가들은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 여부를 법원 등이 신중히 검토해 결정하는 사법입원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기선완 가톨릭관동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강제입원을 보호자에게 맡겨놓은 나라는 선진국 중 한국밖에 없다”며 “국가가 환자 가족들의 고통을 덜어줘야 하고, 강제입원시 비용도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 이송단계에서 인프라 확충도 필요하다. 정신질환을 담당하려는 병원 수가 계속 줄어들어 그 피해를 환자와 가족, 지역사회가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완 대한조현병학회 정신보건이사는 “입원 요건을 갖춰도 병상이 부족하고, ‘누가 집에서 병원까지 데려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의료기관이나 민간구급차 이송은 불법이다. 문제 상황 시 신고 후 경찰이 병원으로 이송하도록 돼 있다.
외래치료 지원도 부실한 상황이다. 기 교수는 “해외에서는 환자 치료가 단절되지 않도록 가족관계, 생활보호 필요 여부 등을 돕는 사례 관리시스템이 따라붙는데 한국은 그런 프로그램이 부실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초기일수록 입원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는데, 가족이 설득하거나 본인이 가지 않으면 진단 자체가 어렵다”며 “검사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근본적 대책으로는 조기 치료 효과가 높은 청년 정신건강질환 센터가 꼽힌다. 김 이사는 “조현병은 80%가량 호전되고, 특히 20대 때 치료효과가 높지만 치료가 중단되면 자기통제가 어렵다”며 “지속적인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성원 김유나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