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민간아파트도 무량판 전수조사 나선다

입력 2023-08-08 04:08
경기 오산시 청학동 오산세교2 A6블록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지난 1일 오후 보강작업을 위한 잭서포트(하중 분산 지지대)가 설치됐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이 단지를 포함해 지하주차장 철근을 빠뜨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15개 단지를 공개했다. 이 단지는 보강철근 필요 기둥 90개 중 75개에서 철근이 누락됐다. 뉴시스

정부가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민간 아파트에 대한 조사에 나선다. 2017년 이후 준공되거나 현재 시공 중인 아파트 293개 단지가 대상이다. 정부는 설계도면을 검토한 뒤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개별 가구 조사를 한다고 설명했지만, 조사 과정에서 입주민들의 반발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7일 무량판 민간 아파트 전수조사 점검 회의를 열고 다음 달 말까지 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전체 점검 결과는 10월 중으로 취합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민간 아파트 주거동의 경우 증축이나 개축이 쉽도록 부분적으로 무량판 구조가 적용돼 큰 문제가 안 된다는 얘기도 있고, 사유재산을 국가가 일률적으로 조사하는 게 맞느냐는 의견도 있다”면서도 “수분양자나 민간 건설회사의 부담을 알고 있지만 안전보다 더 큰 가치는 없다는 점에서 가급적 빨리 명확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점검 절차는 국토부가 단지별로 안전점검기관을 선정하면 지자체와 국토안전관리원, 안전점검기관이 단지별로 점검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안전점검기관은 최근 3년간 안전점검 실적이 있고 영업정지 등 위반 사실이 없으며, 조사 대상 아파트 안전점검에 참여하지 않은 250여개 기관으로 추려졌다. 지자체가 단지별 설계도면을 제공하면 기관에서 설계서를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현장점검에 나서 점검 결과를 지자체와 국토부에 제출하게 된다. 곽수현 한국시설안전협회장은 “전단보강근이 없어도 되는 설계가 있을 수 있다. 전단보강근이 필요하지 않은 설계로 확인된 것은 현장조사를 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입주민으로서는 가구 내 점검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원 장관은 “굳이 실내 조사를 하지 않고 엘리베이터나 계단 등 공용 공간을 통해 무량판 구조가 제대로 시공됐는지 직간접적으로 유추해서 검사를 할 수 있다”며 “가구 안에 들어가서 하는 실내 조사는 불가피한 경우에만 하려고 하는데, 사전조사로는 그렇게 할 필요성은 거의 없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점검에 드는 비용을 시공사가 부담해야 하는 데 대한 불만도 나온다. 설계 단계에서 문제가 있는지, 시공이 문제인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공사가 책임지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는 민간 아파트를 대상으로 하지만, 정부는 향후 상업용 빌딩이나 주거용 오피스텔에도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경우에 대해서도 점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