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돈으로 해외 부동산 등에 투자했다면 부모에게 명의를 빌려준 게 아니라 증여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신명희)는 A씨가 관악세무서장을 상대로 ‘증여세 부과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모친 B씨가 2015년 국내 부동산을 팔고 받은 매매대금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받은 뒤 세 차례에 걸쳐 총 1억8000만엔(약 17억6000만원)을 일본으로 송금했다. A씨는 이 중 7785만엔(약 7억원)은 일본 부동산 투자에 썼고, 1억엔(약 10억원)은 B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일본 법인에 투자했다. 나머지 500만엔(약 4700만원)은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국세청은 이 돈을 모두 증여로 보고 증여세 9억1000만원을 부과했다.
A씨는 “증여가 아니었다”며 국세청 처분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조세심판원은 A씨가 사적 용도로 사용한 500만엔을 제외하고 투자에 쓰인 나머지 금액에 대한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관악세무서는 A씨에게 증여세 6억3600만원을 다시 부과했다.
그러나 A씨는 모친 B씨가 일본에서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으로 강제퇴거를 당했기 때문에 본인 명의로 부동산을 대신 취득해 준 것일 뿐 증여가 아니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조세 회피 목적이 없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는다”며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B씨가 1억엔을 법인에 직접 투자하려 했지만 은행에서 고액을 직접 송금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해 A씨를 통해 투자한 것이라는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봤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