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수련회 장소가 교회다. 교인들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휴가를 내지 않고도 저녁 집회에 참석할 수 있어서다. 행사에 참석하는 동안 교회에서 아이들도 돌봐준다. 그 덕에 참가자가 예년대비 2배가량 늘었다. 교인 5000여명은 열대야 속에서 복음행전을 써 내려갔다.
6일 오후 6시50분 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 ‘2023 전 교인 여름수련회’ 현장. 빨간 경광봉을 든 집사들이 주차 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이었다. 이 교회엔 지하 3층까지 주차장이 있는데 예배 시작 전부터 빈자리가 없었다.
찬양 시작 30분 만에 본당 3층까지 자리가 꽉 들어찼다. 지팡이를 든 백발노인과 외국인은 맨 앞자리를 차지했고 쌍둥이를 유모차에 태운 부부는 간신히 맨 뒷자리를 잡았다. 본당에 들어가지 못한 교인은 영상예배실로 향했다.
교회는 이번 수련회 주제를 ‘해품달(해를 품은 달)의 삶을 살라’로 정했다. 집회 메시지 본문은 주기도문(마 6:9~13)이었다. 소강석 목사는 “달은 해를 품어야 비로소 빛을 낼 수 있다”며 “우리 삶도 해가 되시는 하나님을 가슴에 품을 때 빛을 발할 수 있다. 이번 수련회에서 주기도문에 담긴 은혜를 나누며 우리 삶을 역전시키자”고 강조했다.
수련회 이튿날인 7일, 교인들은 새벽집회와 저녁집회로 은혜를 이어갔다. 소 목사는 저녁집회에서 “예수님은 주기도문에서 ‘아버지의 뜻’을 구하라고 가르치셨다”며 “그런데 우린 아버지께 묻지는 않고 구하기만 할 때가 많다. 내 뜻보다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길 원하는 기도를 올려야 한다”고 권면했다.
이 교회는 예년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리조트 등에서 수련회를 열어왔다. 하지만 이번엔 직장인과 새가족의 참여를 독려하고자 수련회 장소를 교회로 낙점했다. 이번 수련회 준비위원회 총괄을 맡은 나병록(49) 안수집사는 “‘수련회에 오려면 휴가를 써야 한다’는 젊은 성도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결과 수련회 장소가 교회로 정해졌다”며 “리조트에 갈 경우 모르는 사람들과 장시간 있을 새가족들의 부담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교회 측은 예배당 옆에 새가족만 이용할 수 있는 VIP 라운지도 마련했다.
새에덴교회의 이번 수련회 일정표는 단순하다. 시간 단위로 빽빽하게 일정이 나열된 여느 수련회 일정표와 달랐다. 일정 내용으로는 ‘새벽집회’ ‘관광’ ‘저녁집회’가 전부다. 교인들이 자율적으로 만들어가는 수련회로 은혜와 쉼을 함께 누리도록 하자는 취지다.
교구별 관광 시간엔 ‘영화 관람’ ‘바비큐 파티’ 등 각 교구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새에덴교회 수련회는 9일까지 이어진다.
용인=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