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7일부터 사흘간 전북 전주 예수병원(원장 신충식)과 전주온누리교회(박희정 목사)에서 ‘회복의 하나님’을 주제로 제18차 의료선교대회가 열린다. 한국기독교의료선교협회(회장 김명진)가 주관하는 이 대회는 1989년부터 2년마다 열리는 한국 의료선교계 최대 행사다.
엔데믹과 함께 4년 만에 대면 행사로 개최되는 이번 대회는 그동안 막혔던 선교의 문이 회복되길 바라는 기독 의료인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김명진 한국기독교의료선교협회 회장은 지난 4일 서울 광진구 크리스탈치과의원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기독 보건의료인들의 영적 부흥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번 선교대회의 가장 큰 목적은 기독 보건의료인들을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이라며 “대회는 팬데믹 후 달라진 선교 환경에서 한국 의료인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정보를 공유하고 전략을 세우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헌신자 발굴도 대회의 중요한 목적이다. 그동안 대회가 끝나면 헌신자들을 체계적으로 훈련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만큼 많은 열매를 맺었다. 1991년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 광주 대전 대구 인천 전주 등 7개 도시에 의료선교교육훈련원이 개설됐다. 김 회장은 “현재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협회 소속 선교사는 700가정이 넘는다”며 “이들 가운데 훈련원을 통해 파송된 인원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다양한 의료보건 종사자들의 동참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의료진이라는 말은 의사뿐 아니라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약사 물리치료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병원 행정 등 병원에서 근무하는 모든 인력을 포괄한다”며 “의료진이라면 협회에 소속되지 않은 분들도 누구나 대회에 함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협회는 1969년 기독 의료인·실업인, 교역자 등 33명이 모여 창립총회를 열고 보건복지부(당시 보사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출범했다. 직능별 단체와 학생단체 개교회 의료선교회 의료NGO 등 82개 단체가 현재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회장은 탁월한 선교 도구로서의 의료 기술을 조명했다. 그는 “의료라는 이름이 붙으면 접근이 제한된 지역에서도 환영받는다”며 “현지 공직자뿐 아니라 다른 종교 지도자들과도 함께 사역할 수 있다. 공개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1977년 방글라데시에 파송한 1차 의료선교봉사단을 필두로 본격적인 해외 선교를 시작했다. 1981년에는 아세아연합신학연구원과 공동으로 의료선교학교를 개설했다. 이곳에서 이뤄진 의료선교학 연구와 교육, 프로그램 개발의 기능은 7개 의료선교훈련원이 수행하고 있다.
제18차 의료선교대회에 앞서 10월 4일부터 6일까지 의료선교사 100여명이 참가하는 ‘의료선교사대회’도 열린다. 2017년 15차 대회 후 6년 만에 열리는 행사다. 이 대회에 참가하는 선교사들이 메인행사 격인 의료선교대회 조장을 맡는다. 김 회장은 “안락한 삶을 포기하고 해외에서 사역하는 의료선교사들이 후배 보건 의료인들에게 롤모델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전주 예수병원은
마티 잉골드·윌리엄 포사이드·데이비드 실… 사회적 약자에 따스한 인술 베푼 선배 선교사들 흔적 곳곳에
마티 잉골드·윌리엄 포사이드·데이비드 실… 사회적 약자에 따스한 인술 베푼 선배 선교사들 흔적 곳곳에
제18차 의료선교대회는 국내 최초 민간 의료 선교병원이자 호남 최초 의료기관인 전북 전주 예수병원(원장 신충식)에서 열린다. 한국 의료 선교사들에게 예수병원은 병원 이상의 의미가 있다. 자신들보다 앞서 의료를 통해 복음을 전한 선배 선교사들의 흔적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예수병원을 이루기까지 결정적 이바지를 한 세 명의 의료 선교사가 있었다.
예수병원은 1898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히커리에서 온 의료 선교사 마티 잉골드(Dr.Mattie B. Ingold)에 의해 시작됐다. 그는 성문 밖에 있는 작은 집을 사들여 그곳에서 어린이와 여성을 위한 진료를 시작했다.
예수병원의 2대 원장 윌리엄 포사이드(한국명 보위렴)는 목포로 의료 사역을 다녀오던 중 광주 근처에서 만난 한센병 여인을 치료했다. 이 일은 1911년 한국 한센환자 치료의 효시가 된 여수 애양원(한센병 치료 병원)의 설립 계기가 된다. 현재 병원 응급의료센터에는 포사이드 선교사의 이름이 붙었다. 그의 환자 사랑과 헌신을 기리는 의미에서다.
1954년 12대 원장으로 임명받은 데이비드 실(한국명 설대위) 선교사는 예수병원을 호남 제일의 현대식 병원으로 발전시켰다. ‘예수병원 응급실에 갈 때는 돈을 가지고 가지 마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가난하고 어려운 처지의 환자들을 치료비에 상관없이 보살폈다. 인근 지역의 가난한 농민들을 위해 농촌 보건과 사회복지사업을 펼치는 등 따스한 인술을 베풀었다. 1964년 한국 최초로 암 환자 등록사업을 시작했고 종양 진찰실을 개설하는 등 국내 암 치료와 소아마비 퇴치사업 분야에도 두각을 나타냈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