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출산·육아… “교회가 성경적 가치 전파해야”

입력 2023-08-07 03:02
TV조선에 방영 중인 프로그램 ‘우리 이혼했어요’의 한 장면. TV조선 유튜브 캡처
#1.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에서는 한 연예인 부부가 나와 이혼을 결정하게 된 계기를 털어놓는다. 남편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져 시가에 돈을 빌렸고, 얼마 후 시어머니의 건강이 나빠져 모시고 살게 된 것이다. 20년 가까이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아내는 경제활동부터 육아, 살림을 도맡아야 했다. 결국 이들 부부는 오랜 시간 마음에 담아뒀던 서운함과 분노, 배신감 등에서 비롯된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혼했다.

채널A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채널A 유튜브 캡처

#2. 채널A의 ‘요즘 육아 금쪽 같은 내 새끼’에서는 엄한 아빠의 모습 때문에 피해의식이 생겨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남자아이가 등장한다. 영상 속 초등학생은 학교 급식시간에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지 못하고 새치기를 한다. 또 엄마와 차를 타고 이동하던 도중 빨간불 신호에 맞춰 정지하자 욕설을 내뱉으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아빠는 자기 아들을 훈육하기 위해 물리적 위력을 가하거나 자식을 버리겠다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최근 몇 년 사이 결혼 생활과 육아 과정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어려움을 다룬 TV 프로그램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문제는 이들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결혼 출산 육아가 불행과 갈등, 고통의 대명사처럼 비친다는 것이다.

두란노 결혼예비학교 주 강사인 김숙경 사랑연구소장은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방송을 통해 결혼과 출산, 육아 등이 자극적으로만 비치는 것은 사실”이라며 “모든 가정이 방송에 비치는 갈등을 겪는 것은 아니다. 비혼과 비출산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를 바라보는 2030 미혼세대의 반응은 차갑다. 소셜미디어와 각종 커뮤니티 댓글 등을 통해 바라본 젊은세대의 반응은 ‘결혼을 하지 않겠다’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으로 살아가겠다’ 등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김 소장은 교회 내 성경적 결혼·출산을 가르쳐 줄 프로그램 부재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여전히 기독 청년은 결혼을 희망한다. 현실적인 어려움에 결혼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성경적 결혼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네 헛된 평생의 모든 날 곧 하나님이 해 아래에서 네게 주신 모든 헛된 날에 네가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즐겁게 살지어다 그것이 네가 평생에 해 아래에서 수고하고 얻은 네 몫이니라.”(전 9:9)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이 같은 성경 속 메시지와 현실 사이의 골은 깊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이 같은 TV 프로그램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까. 김 소장은 “무작정 해당 프로그램을 비판하는 것은 편협한 생각”이라며 “자신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 같다면 멀리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회가 이 시대 젊은이들이 어떤 영적 전쟁을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성경적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