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림동과 경기도 성남 서현역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 이후 불특정 다수를 향한 살인예고 글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누적된 사회 불만이 흉기 난동 사건 직후 분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전 한국범죄심리학회장)는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사태에 대해 내재된 분노가 표출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살인예고 글을 올리는 이들은) 현재 자신의 처지를 자랑스럽게 내보일 수 없다는 열등감이나 낙오감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살인예고 글을 올림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들은 언론이 반응하는 것 자체로 큰 희열이나 쾌감 등 심리적 보상을 받으며 1차 목적을 달성했다고 느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역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테러다. 대통령부터 시작해 온 나라가 반응하니 관심을 원하는 이들에게 재미난 놀이처럼 돼 버렸다”고 말했다. 실제 살인예고 글 작성자 상당수는 검거 후 경찰에 “장난이었다” “관심받고 싶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인예고 글이 사실상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극단적 폭력으로 발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평소라면 표출을 하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 텐데 이런 글들이 올라오다 보면 ‘이렇게 해도 되는 거구나. 나도 기분 안 좋은데 이런 행동이 옳은 거구나’라며 지지를 받게 되면서 실제 범행으로 이어지기가 쉬워진다”고 말했다.
‘외로운 늑대’ 테러가 일상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폭력을 그동안 자신들이 받은 차별과 고통에 대한 복수로 생각하는 범행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번에 잠잠해지더라도 언제든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이미 사회 곳곳에 분노를 품고 있는 사람들이 시한폭탄처럼 숨겨져 있다. 단지 도구가 칼일 뿐 미국 총기 난사범들과 정신 상태나 심리는 비슷하다”고 말했다.
정신영 성윤수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