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치료 중단이 ‘흉기 난동’ 불렀다

입력 2023-08-07 04:08
‘분당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모 씨가 지난 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경기도 성남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망 1명, 부상 13명의 피해를 낸 경기 성남시 서현동 차량 충돌 및 칼부림 사건의 범인 최모(22)씨는 ‘조현성 인격장애’ 진단을 받았다. 특히 대인기피 증세 등으로 5년간 치료를 받았지만 정작 조현성 인격장애 진단 시점에는 치료를 중단했다. 대전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를 흉기로 찌른 20대 남성 역시 조현병 및 우울증 진단을 받았으나 치료받지 않았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최씨는 2015년부터 대인기피 증세 등으로 5년간 정신의학과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조현성 인격장애 진단을 받은 2020년부터 치료를 중단했다. 그는 “정신과에서 처방해준 약을 먹어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차도가 없다 보니 병원을 끊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지난 3일 오후 6시쯤 서현동 AK플라자 1∼2층에서 시민들을 향해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직전에는 모닝 승용차를 몰고 인근 도로에서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들이받았다. 14명이 부상했으나 6일 한 명이 숨지면서 전날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된 최씨의 혐의는 ‘살인 등’으로 변경됐다.

지난 4일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를 흉기로 찌른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도 2021~2022년 주거지 인근 병원에서 조현병과 우울증 진단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 역시 입원 치료를 권유받았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결국 정신질환자들의 자의적 치료 중단이 범행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정신질환자들의 치료와 관리체계를 다시 손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강제입원을 막기 위해 정신건강복지법이 제정된 이후 예방 자체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현행법은 ‘위험이 큰’ 사람만 응급입원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미국 유럽 등은 다른 사람을 해칠 ‘우려’만으로도 진단평가를 우선 받을 수 있도록 후송하는 게 의무규정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정신질환자 입원제도와 외래치료 지원제도 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 여부를 법원 등 사법기관이 결정하도록 하는 ‘사법입원제’ 도입도 검토키로 했다.

전문가들은 환영하면서도 예방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경찰이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정신질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시스템부터 갖춰져야 한다는 취지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자체가 병원 등과 협력해 정신질환자를 조기에 파악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성명에서 “우리나라에선 중증 정신질환에 대한 민원이나 신고가 들어와도 경찰과 지자체가 관련 통계조차 집계하지 않는 등 병원 전 단계와 이송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미비한 실정”이라며 “초기 현장대응 인력에 적절한 권한을 부여하는 등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