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저녁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을 방문한 윤모(44)씨는 휴대전화를 손에 꼭 쥐고 두리번거리며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롯데월드몰이 있는 잠실역 일대는 평소 금요일 저녁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한산했다. 잠실역은 온라인에 떠돌던 ‘살인 예고’ 지역 가운데 하나였다. 건물 밖에는 경찰차 여러 대가 세워져 있었고, 몰에는 방검복을 입은 보안요원들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
윤씨는 “동네를 다닐 때도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개인 호신용품이라도 장만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흉기 난동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민들이 불안에 빠졌다. 인파가 몰리는 지하철역 주변과 대형 쇼핑몰에서 생긴 사건이다 보니 “안전한 곳은 없다”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에서는 호신용품 구매가 급증했다. 수십만원대 ‘방검복’까지 검색 목록에 올랐다.
6일 네이버에 따르면 키워드 검색으로 확인할 수 있는 쇼핑 트렌드 차트의 1위는 호신용품이었다(5일 기준). 2위는 호신용 스프레이, 3위는 삼단봉, 4위는 전기충격기였다. ‘톱10’ 가운데 상위 4개가 개인 호신용품이다. 7위 호신용 가스총, 8위 방검장갑, 10위 여성호신용품이었다. 네이버 데이터 랩의 검색어 트렌드 생활·건강 분야에서도 ‘톱10’ 가운데 8개가 개인 호신용품이었다. 한 벌에 30만~40만원에 이르는 방검복을 검색하는 이들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주요 온라인쇼핑몰에서도 호신용품 거래액이 급증했다. 서울 신림역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3일까지 11번가의 호신용품 거래액을 살펴보면 전년 동기 대비 202%, 직전 주(7월 9~21일)보다 224%씩 증가했다. 호신용 스프레이, 경보기, 삼단봉, 호루라기 등이 판매 상위권에 랭크됐다. 호신용 스프레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70%나 늘었다. 전기충격기, 손가락에 반지처럼 끼워서 쓸 수 있는 너클 등도 일부 판매됐다.
호신용품 구매자는 여성이 많은 편인데 이번 흉기 난동 사건 이후로는 남성 구매자도 크게 늘었다. 11번가에서 호신용품을 주문한 남성은 지난해보다 263%, 여성은 168% 늘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