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부실한 진행과 준비, 영국 미국 등의 퇴영으로 중단 위기를 겪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정부의 총력 대응에 뒤늦게나마 조금씩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정부는 전북 부안 잼버리 현장에 냉방버스 254대를 추가 지원해 총 263대를 운영하고 있다. 숙영지 곳곳에 그늘막 64곳을 추가 설치하고, 물놀이 시설도 5곳 조성했다. 쿨토시와 쿨스카프, 미니 선풍기 등 개인 폭염방지 물품도 지급했다. 또 탈수 방지와 체력 유지를 위해 바나나, 오렌지 등 과일류를 추가 제공하기로 했다. 생수는 사실상 무제한 지급하고 있다.
화장실과 샤워실 청결 유지인력도 900여명이 추가 투입돼 1400여명이 위생을 관리하고 있다. 청소 횟수도 늘렸다.이동식 화장실 은 62동 추가 설치했다. 해충과 휴대전화 충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해충기피제와 휴대전화 충전 키트도 지급했다.
잼버리 참가 대원들도 정부의 총력대응을 체감하고 있다. 독일 대표단은 성명에서 “첫 며칠은 우리가 기대한 바와 다르게 진행됐으나 현재 많은 부분에서 빠르게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스웨덴 대표단은 “위생시설 청소에 더 많은 인력이 투입되고, 한국 정부의 자원 보급이 현저히 확대되는 등 매일 적절한 방향으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전북지역 시민단체들도 대회가 끝까지 순항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기로 했다. 전북애향본부와 전주상공회의소 등 162개 단체는 6일 “국제대회를 개최 도중 포기한 사례는 없다. 지금은 서로를 탓할 때가 아니다”며 “매뉴얼에 따라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나가자”고 호소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부 차원에서 전폭 지원하기로 결정한 뒤 현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며 “초반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만큼 두 배 수준의 재정 지원과 노력을 동원해 돌아갈 때는 모두 다 만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잼버리 메인행사인 K팝 공연은 당초 예정됐던 6일에서 폐영식이 열리는 11일로 미뤄졌다. 개최 장소도 야영지에서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변경됐다. 대원 대규모 운집에 따른 안전사고와 온열질환자 발생 우려 등을 반영한 조치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새만금에서 이동시간은 대략 50분 정도이며 더 화려한 행사가 되도록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BTS가 참여한다는 소문에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정부는 남은 기간 17개 광역시·도 협조를 받아 90개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는 새만금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교통을 포함해 필요한 지원을 충분히 제공할 방침”이라며 “참가자들이 완전히 만족할 때까지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4만3000명에 달하는 세계 각국 잼버리 대원들이 전국으로 흩어져 남은 일정을 소화하기로 하면서 전북도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당초 전북도 내 14개 시·군에서 주로 활동할 예정이던 대원들이 외부로 빠져나가면서 전북 자치단체들은 계획을 대폭 수정해야 할 판이다.
전북도는 새만금 환경생태단지 등이 포함된 신규 여행코스를 개발하는 등 공을 들여왔다. 또 잼버리 이후 부지를 활용한 관광 및 캠핑산업 성장 효과를 기대했지만, 여러 논란 속에 기대치 달성은 이미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부안=김용권 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