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에 이어 전국에 2주째 폭염특보가 발효되면서 많은 교회들이 ‘설상가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피해 교회들은 살인적 무더위를 냉방기 없이 고스란히 견뎌야 하거나 폭염으로 인해 수해 복구가 지연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수해로 보금자리를 잃은 지역민에게 공간을 내어놓는 등 피난처 역할을 감당하는 교회도 있다.
지난달 중순 침수사고로 시민 14명이 희생된 충북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에서 1.5㎞ 떨어진 오송 호계교회(한명희 목사)는 건물 지하에 있는 보일러실과 교육관, 창고가 침수됐다. 지하차도에 관심이 몰리면서 시 차원의 지원은 피해를 본 지 며칠 지난 뒤에야 시작됐다. 이어진 불볕더위로 그마저도 중단돼 지역주민들이 피해 복구에 힘쓰고 있다.
한명희 목사는 에어컨 고장과 하수도 막힘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그는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폭염인데도 에어컨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고 하수도가 막혀 화장실에서 마음 편히 물도 못 트는 실정”이라며 “물건에 묻은 흙탕물을 씻어내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날이 덥다 보니 숨이 턱 막히고 몸에 힘도 안 들어간다”고 토로했다.
수해로 ‘간판’만 겨우 건진 공주 순복음강남교회(이재원 목사)도 폭염으로 복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교회는 주변 일대가 2m 이상 침수당해 교회 지하 건물과 1층, 복지관 등이 피해를 봤다.
이재원 목사는 “특히 지하 건물의 경우 물이 빠지지 않아 제습기를 이용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 복구도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폭염까지 닥쳐오니 지역민들이 많이 힘들어한다”며 지속적인 관심과 기도를 당부했다.
경북 문경 우곡교회(이명환 목사)는 어려운 상황임에도 수해로 집을 잃은 지역민에게 공간을 내어주고 있다. 1층이 침수된 교회는 이 공간에 있던 짐을 모두 버리고 바닥과 벽에 핀 곰팡이를 없애기 위해 도배와 장판 공사 작업에 들어갔다.
수해 당시 2층에 지역민을 대피시킨 교회는 수해와 된더위로 머물 곳이 마땅치 않은 지역민에게 일부 공간을 대피소 삼아 머물도록 내어줬다. 지역주민 황의남(87)씨는 “오갈 곳이 없어 걱정했는데 목사님이 기꺼이 예배당을 내주셔서 죄송스러우면서도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명환 목사는 “현재 지역의 수해 복구가 안 돼 시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며 “교회에 있는 분들이 머무는 동안 최대한 편안하고 시원하게 지내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